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영국 상원이 하원에서 통과시킨 유럽연합(EU) 탈퇴 통보 법안에 EU 회원국 출신의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을 담은 수정안을 가결했다. 또 다시 하원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CNBC 등 외신이 1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영국 상원은 이날 EU 탈퇴 법안 수정안을 놓고 표결을 벌여 찬성 385표, 반대 256표로 가결했다. 집권 보수당에서는 국민투표 결과를 존중하기 위해 법안을 수정하지 말고 신속하게 통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야당인 노동당의 주도로 수정안이 통과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통과된 수정안에는 EU 탈퇴 법안이 통과되는 날짜를 기준으로 영국에 합법적으로 거주하는 EU 시민들은 기존 권리를 그대로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대안 마련 시한은 리스본조약 50조를 발동한 뒤 3개월이다. 브렉시트 협상은 EU 탈퇴를 원하는 영국이 리스본조약 50조를 공식 발동해야 개시된다.
EU 시민권자에 대한 권리 부여는 메이 총리의 구상과는 정반대되는 내용이다. 메이 총리는 영국 내 EU 시민권자와 권한 유지 보장은 EU 27개 회원국 내 영국민 권한 유지와 동시에 보장돼야 한다면서 브렉시트 협상 초반에 이 문제를 타결짓겠다는 입장이었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의회 승인이 있어야만 브렉시트 협상을 개시할 수 있는 메이 총리 입장에서는 난감한 상황이 된 것이다.
상원은 오는 7일까지 추가 법안 수정 여부에 대한 심의를 계속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날 통과된 수정안은 다시 하원에서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하는 만큼 EU와의 브렉시트 협상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당초 영국 정부는 빠르면 3월 초 리스본조약 50조를 발동, 브렉시트 협상을 개시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만일 하원이 오는 14일 예정된 표결에서 상원의 수정안을 거부하면 이 법안은 다시 상원으로 넘겨질 예정이다. 통상 선출직이 아닌 상원은 선출직인 하원의 결정을 뒤집기가 쉽지 않지만 상원이 수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법안이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상·하원 표결에만 머물 수 있다.
이에 따라 메이 총리의 설득 능력과 리더십이 다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일단 과반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여당 하원의원들에게 상원의 수정안을 거부해달라는 설득 작업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앞서 하원은 여러 차례 수정안을 거부하고 EU 탈퇴 법안을 정부 제출 원안대로 가결해왔다.
EU 탈퇴 법안은 브렉시트 협상 전에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영국 정부가 지난 1월 제출한 것이다. 이후 영국 하원은 지난달 8일 통과시켰고 같은달 20일부터 상원에서 심의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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