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은 지난해 KDB생명과 KDB캐피탈의 매각을 시도했으나 불발됐다. 당초 올해 초 매각 공고를 낼 예정이었던 대우건설도 시기 등이 불투명한 상태다.
벌써 세 번째 들려온 KDB생명의 매각 소식이지만, 흥행에는 계속 실패하고 있다. KDB캐피탈도 두 차례 엎어졌다. 저금리 기조 속 수익성 측면에서 두 업체의 매력이 떨어진 영향이 크다. 매각가와 시장가가 혼선을 빚고 있는 것이다.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그 동안의 투입 자금과 순자산 규모, 장부가 등을 고려했을 때 적정하다고 판단한 몸값인데, 인수합병(M&A)시장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매각 대상인 회사의 직원들도 '과연 누가 사려고 나설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한다.
다만 이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은 게 아닐까 싶다. 매각에 번번히 실패하면서도 매각가를 양보할 수 없었다면, 보다 빨리 탐나는 매물로 만들었어야 했다. 자신감이 컸던 탓인지 당연한 시장 논리를 간과한 것처럼 보인다.
반면 옛 대우증권의 경우 매각 작업을 서두르는 바람에 전산통합 등이 미흡한 채로 미래에셋증권과 한솥밥을 먹게 됐다. 지난해 말 통합을 완료한 미래에셋대우 백오피스 직원들은 끝없는 야근과 잔업에 시달리는 중이다. 각종 오류로 인한 민원도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제 산업은행의 매각 이슈는 대우건설에 초점이 맞춰진다. 그리고 대우건설에 대한 산업은행의 태도 역시 마찬가지다. '매물로서의 가치 향상'이다. 이달 중 사업보고서 결과에 따라 매각 속도를 조절할 계획으로, 극단적인 전망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산업은행 측 설명이다. 관련업계에서는 내년으로 매각 시기가 미뤄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난해 산업은행이 비금융자회사 매각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낸 만큼 개별 부피가 큰 매물도 시장에 잘 녹아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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