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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올해 들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기존의 정유와 통신 산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밖으로는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는 한편, 안으로는 계열사의 사업구조 재편을 통해 주력 업종의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2일 SK가스가 SK네트웍스가 운영해 온 LPG사업을 3102억원에 양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도 그 일환이다.
이번 계약을 통해 SK네트웍스는 49개 LPG충전소를 파인스트리트자산운용이 설정한 전문투자형 펀드에 3040억원에 매각하고, SK가스가 이 펀드로부터 충전소를 일괄적으로 임차해 운영하게 된다.
SK가스의 주력 사업인 국내 LPG 유통 전문성을 강화하는 한편 SK네트웍스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카라이프 및 렌탈 비즈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한 조치다.
이로써 SK가스는 투자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경쟁력 있는 입지의 충전소를 다수 확보해 LPG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SK가스는 LPG 충전소를 향후 LPG-수소-전기 융복합 충전소와 같은 친환경 에너지 플랫폼으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각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의 인수에도 잇따라 나서고 있다.
지난달 SK㈜는 LG실트론의 지분 51%를 62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특수가스와 웨이퍼 등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 핵심 소재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겠다는 포석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최 회장은 인수 가격이 최대 20조원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나오는 일본 도시바의 반도체 부문 경영권 인수전 참여도 고려하고 있다.
에너지·화학 분야에서는 SK이노베이션을 통해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의 도약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최 회장은 지난달 초 SK이노베이션의 화학사업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을 통해 미국 다우케미칼의 에틸렌 아크릴산(EAA) 사업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다우케미칼의 EAA 사업 인수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은 미국 텍사스 소재 프리포트 생산설비와 스페인 타라고나 생산설비 등 생산시설 2곳과 제조 기술, 지적 재산, 상표권 등을 확보해 EAA 제품 글로벌 선두 업체로 도약하게 된다.
이와관련, SK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확대경영회의와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세미나를 통해 강조한 것처럼, 최 회장의 최근 행보에는 사업구조 혁신에 대한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의 이 같은 공격적인 경영 행보가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강한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2012년 하이닉스(현 SK하이닉스) 인수 후 과감한 결단과 공격적인 투자로 핵심 계열사로 성장시킨 경험이 최근 공격적인 경영행보의 밑거름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이닉스 인수 당시 최 회장은 내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인수를 밀어붙여 성공한 데 이어 반도체 업계 불확실성에도 시설투자를 10% 이상 확대하는 등 선제적 투자를 실시한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에도 시설투자에 전년 대비 1조원 가량 확대한 7조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은 그다지 튀지 않는 오너 중 한명으로 평가받았지만 최근 경영행보는 그 누구보다 공격적"이라며 "공격적인 M&A, 투자 등이 자칫 독이 될 수도 있지만 과거 사례와 경험을 바탕으로 추진하는 만큼 성공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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