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원승일 기자 = 4차 산업혁명은 미래 먹거리인 일자리와 직결된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갈 차세대 인재 육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 중심에 한국폴리텍대학이 있다.
6년 연속 80% 이상의 취업률, 취업 후 직장에 계속 머무르는 취업유지율 92% 등 이른바 ‘취업 잘 되는 대학’의 대명사가 된 폴리텍대학이 올해 첫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재양성 사업을 시작한다.
이는 정부가 폴리텍대학을 기점(Test-bed)으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인재 양성에 나선 것과 부합한다.
폴리텍대학은 올해 스마트팩토리와 스마트에너지, 핀테크 3개 직종을 우선 선정, 대구·서울 강서·전주 신기술교육원에 3개 학과를 신설할 계획이다.
이우영 폴리텍대학 이사장으로부터 4차 산업혁명에 걸맞는 직업교육과 인재는 어떤 것인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청사진을 들어봤다.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 있는 폴리텍대학의 올해 핵심사업은.
"올해 폴리텍의 핵심사업은 ‘4차 산업혁명관련 학과 신설 및 하이테크과정의 성공적 운영’이다.
폴리텍은 올해 4차 산업혁명 관련 우선순위 직종을 선정하고, 대구·서울강서·전주 신기술교육원에 3개 학과를 신설키로 했다. 또 융합기술교육원의 성공사례를 바탕으로 고학력 청년실업자를 대상으로 한 하이테크과정을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올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선 주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일자리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실업난이 극에 달하다 보니 매년 4조원에 가까운 예산을 실업난 해소를 위해 투입해 왔지만 효과가 미비한 것이 사실이다.
이제 4차 산업혁명으로 대한민국은 또 하나의 커다란 위기를 맞고 있다. 젊은 청년들이 폴리텍을 통해 신산업의 역군으로 성장하고,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새로운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
◆지난해 폴리텍대학은 4차 산업의 핵심인력 양성을 위한 융합기술교육원을 개원해 올해 첫 졸업생을 배출했다. 융합기술교육원은 어떤 곳인지
"폴리텍은 이미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직업교육 방안을 연구하고, 신산업관련 인력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융합기술교육원은 고학력 청년 실업자를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기술인재로 양성하기 위해 지난해 3월 개원했다.
생명의료시스템과와 임베디드시스템과, 데이터융합소프트웨어(SW)과로 총 3개 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인 정보통신기술(ICT), 바이오기술(BT), 응용SW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융합기술교육원은 개원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지멘스, 하나은행 등 18개 우량기업과 취업협약을 체결하고, 교육과정을 함께 준비했다.
교수진도 학력보다는 다수의 기술특허 보유하고, 대기업·연구소 등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실무 중심의 교수를 선발해 기업 현장이 교육에 최대한 반영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학사 관리는 더 엄격하게 운영했다. 모듈식 교육과 단계별 테스트를 통해 일정 수준에 미달하면 탈락시키는 제도를 추진, 학생들의 교육 집중도를 끌어 올렸다.
호응도는 예상 밖으로 대단했다. 소위 'SKY'라 불리는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3개 대학을 포함, 수도권내 대학을 졸업한 청년이 대거 몰렸다.
그 결과 수료생의 92.2%가 취업에 성공했다. 이중 취업자의 절반에 가까운 45.6%가 인문계열 전공자였다. 때문에 융합기술인력 양성과 청년고용절벽 해소에 대한 실효성을 입증할 수 있었다.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융합기술교육원은 기획재정부에서 주관하는 ‘2016 공공기관 경영 우수사례 공모’에서 당선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 산하 기관 중 유일하게 폴리텍대학이 선정된 것이다.
고용부도 폴리텍을 테스트베드로 매년 4차 산업혁명 분야 훈련과정을 신규 개발하고, 민간으로 확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4차 산업혁명 인재양성을 위한 90억원의 예산을 폴리텍에 추가로 배정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직업교육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나.
"4차 산업혁명은 결국 직업환경의 변화와 일자리문제로 귀결된다. 폴리텍도 대한민국의 직업교육을 책임지는 공공기관으로, 충격을 완화하고 새로운 부가가치와 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인공지능(AI) 등 기계에 일자리를 빼앗길까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폴리텍은 일자리 총량에 대한 부분은 비관적이지 않다고 보고 있다.
기술의 변화와 산업혁명은 언제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 왔기 때문이다.
영국의 1차 산업혁명 때도 기계를 없애자는 ‘러다이트 운동’이 일어났지만 인간은 결국 슬기롭게 대처하면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었다.
문제는 일자리의 이동에 따른 실업과 새로운 부가가치 산업에 필요한 인력 문제를 얼마나 신속하게 대응하는가이다.
미래 직업교육 역시‘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신산업 관련 인력양성’과 ‘생애 전 주기를 대상으로 한 평생직업 교육’으로 방향을 설정하고, 고용환경 변화에 대응한 사회 안전망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해야한다."
◆폴리텍대학은 전국에 35개 캠퍼스를 두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학과개편은 어떻게 추진되고 있나.
"폴리텍은 뿌리산업부터 신산업까지 다양한 분야의 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산업환경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학과개편 및 신설, 부진학과에 대한 조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폴리텍은 효율적 학과운영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5-3시스템을 추진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등 산업기술 변화를 신속히 수용할 수 있도록, 폴리텍 전체 운영학과 245개를 5년 주기로 개편할 예정이다.
2년 연속 학과평가 하위 5%에 속한 부진학과는 학과 폐지를 예고하고, 3년간 집중관리를 통해 회생 가능성을 판단한다.
지난해 총 18개 부진 학과에 대해 폐지 예고를 했다. 9개 관심학과 9개 한계학과 중 2개 학과는 최종 폐지됐다. 올해도 동일한 절차를 거쳐 3개 내외 학과 폐지를 추진 중이다."
◆도제지원센터와 P-TECH 이라는 용어는 일반인에게 생소한 용어다.
"일학습병행제는 말 그대로 일과 학습을 병행하는 직업교육의 방법을 통칭하는 것이다. 도제지원센터는 고교단계의 일학습병행제인 도제학교를 지원하는 센터다.
현재 17개 도제지원센터를 운영 중이다. 특성화고 2학년부터 기업과 학교를 오가며 교육을 받는 우리 학생들이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기반으로 한 실무교육으로 기술력을 쌓고, 성공적으로 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P-TECH은 도제학교 졸업생을 폴리텍대학에서 전문대 단계의 교육과정과 연계해 고숙련자로 양성하고, 학위까지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일학습병행제의 새로운 모델이다.
지난해 운영방안을 수립한 후 올해 처음으로 도제학교를 졸업한 161명의 학생이 폴리텍대학 6개 캠퍼스의 P-TECH과정에 입학하게 됐다.
‘고숙련 마이스터의 길’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개최될 P-TECH 출범식은 지금까지 생각해 온 대학 진학의 틀을 깰 것으로 기대된다. 기술로 취업과 대학진학에 성공하며 고숙련 기술자로 성장하는 혁신적 교육시스템의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2014년 이사장 취임 후 청년뿐 아니라, 베이비부머 및 경력단절여성을 위한 과정도 핵심사업으로 선정해 훈련 규모를 확대해 왔는데.
"지난해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 직장인 평균 은퇴연령은 49.1세, 연금 수령자 비율은 44%인데 그나마 월평균 연금 수령액은 51만원이라는 충격적인 발표가 있었다.
2015년 서울시 골목상권 업종 분석 결과에서는 창업자의 10년 생존율이 20%로 나타났다. 대한민국을 경제대국으로 올려놓았던 기성세대들이 다시 노동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폴리텍대학의 베이비부머, 경력단절여성 과정은 이들을 위한 취업지원 교육이다. 취임 후 1600명 규모의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지난해에는 2배에 가까운 3059명의 중장년 및 경력단절여성이 폴리텍에서 직업교육 훈련을 받았다.
이들의 재취업률도 절반이 넘는 54.4%로 2015년 대비 12.1% 증가했다.
특히 항공캠퍼스에서 베이비부머를 대상으로 운영한 항공기 기체제작과정은 전공과 연관된 항공관련업체 취업률이 56%에 달했다.
경력단절여성을 대상으로 한 서울강서캠퍼스의 전문조리사과정에서는 어린이집 조리사로 취업분야를 특화해서 취업률 62%를 달성했다.
올해는 취업이 잘 되는 우수 직종을 6개월 과정으로 운영해 훈련품질도 높이고, 취업의 질도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이우영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은
=60년생, 한양대 기계공학과 졸업, 서울대 대학원 공학석사 및 공학박사 학위, 한국기술교육대 기계공학부 교수, 지역혁신체계추진단장, 산학협력단 단장, 첨단기술교육센터 센터장, 창업보육센터 센터장, 능력개발교육원 원장, 한국실천공학교육학회 회장,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자문위원 등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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