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농협금융지주와 수협은행의 차기 CEO 선임을 위한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농협과 수협은 그동안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국정동력을 잃은 정부가 관료 출신 인사를 내려 보내기 쉽지 않은 데다가 조직 안팎에서 새로운 변화를 맞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새 수장에 대한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내부승진 또는 대행체제로 가지 않겠냐던 수출입은행장 인선이 최종구 SGI서울보증 사장 내정으로 결정나면서 결국 모피아·관피아 영향에서 자유롭기 힘들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오는 4월 28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농협금융지주는 3월 셋째주 정도에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구성하고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현재까지는 김 회장의 리더십이 부각되면서 연임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는 분위기다. 농협금융은 지난해 초 조선 해운업 구조조정 여파로 최대 위기를 맞았지만, 김 회장이 '빅배스(부실자산의 대량 손실처리)' 카드를 꺼내며 위기를 극복했다. 지난해에만 1조7000억원대의 충당금을 쌓았으며, 지난해 3210억원의 당기순이익 달성하는 등 뛰어난 실적을 보였다.
그러나 변수도 적지 않다. 농협금융 회장 중 단 한명도 연임을 한 사례가 없을 뿐 아니라 농협은행을 포함한 농협금융의 임원 인사는 주주인 농협중앙회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은 지난해 10월 진행한 조직개편 작업에서 금융지주 계열사인 NH농협은행, NH농협생명, NH농협손해보험도 중앙회 인사개편 대상에 포함한 바 있다.
때문에 외부에서 영향력 있는 사람이 올 수 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과거 전임 회장 중 신충식 초대 회장을 제외한 신동규·임종룡·김용환 회장이 모두 옛 재무부·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출신인 점을 감안하면 어떤 변수가 발생할 지도 관전 포인트다.
그동안 정부 관료 출신이 행장 자리에 오른 수협은행도 이번 만큼은 '새 얼굴'을 뽑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내부에서는 관료출신 은행장이 보여준 경영능력 부족과 소통부재에 대한 불만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협중앙회는 정부에 1조1581억원의 공적자금을 상환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만큼 그동안 최고경영자(CEO) 인사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실제로 이원태 행장을 비롯해 역대 수협은행장 대부분이 기획재정부와 예금보험공사 등 정부 관료 출신이다. 업계에서도 외부 인사 선임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조직 내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임권 수협중앙회 회장은 차기 행장에 전문경영인을 선임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수협은행 노조 역시 정부출신 낙하산 인사를 반대하고 있다.
내부에서는 권재철 부행장이 가장 유력하다. 지난해 12월 진행된 조직개편에서 유일하게 자리를 지킨 인물이기도 하다. 마케팅을 도맡았던 권 부행장은 최근 경영전략 담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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