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아름 기자 = “스탭분들과 또 만날 것 같은 느낌이에요. 그래서 아쉬워요. 이렇게 긴 호흡의 작품은 어렸을 때 이후에 해보지 않았어요. 연속극을 8개월 정도 촬영하다보니 가족들보다 더 자주 보고 더 오랜시간 대화하고 밥먹고 해서 가족 이상의 느낌인 것 같아요. 허전해요.(웃음)”
배우 이세영은 최근 종영한 KBS2 주말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서 일명 ‘아츄커플’로 사랑을 받았다. 데뷔 후 이렇게 큰 관심을 받는 것이 처음이라고 얼떨떨한 표정을 짓다가도 섭섭한 종영 소감을 털어놨다.
‘월계수’에서 이세영은 배우 현우(강태양 역)와 함께 알콩달콩 커플 연기로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민효원 역을 연기했다. 극중에서는 세상 그 어디에도 없을 것 같은 귀여움과 애교를 장착했지만 사실 그는 평소에 애교라고는 잘 몰랐던 털털함 그 자체였다. 때문에 애교 연기를 하는 게 어려웠음을 고백했다.
“원래 애교를 못 하니까 연기할 때도 얼굴에 티가 나더라고요. (웃음) 그거랑은 상관없이 제가 촬영장에서 막내니까 싹싹하게 해야하는데 그러질 못했죠. 그래도 박준금 선생님은 극중에서 어머니기도 했고 자주 뵙다보니 정말 친해져서 싹싹하고 살갑게 굴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딸 보단 아들같은 느낌이랄까요.(웃음) 제가 실제로는 애교가 정말 없긴 해요. 많이 창피했었어요. 하하하.”
실제 이세영은 털털함 그 자체였다. 인터뷰가 이어지는 도중에도 호방한 웃음을 몇 번이나 짓는가 하면 솔직하면서도 진중한 모습을 보이며 매력을 한껏 발산했다. 대중들이 그에게서 느꼈던 ‘깍쟁이’ 이미지는 그 어디에도 찾을 수 없을 정도였다. 오죽하면 애교 떠는 연기에서는 “자괴감이 든다”고 이야기 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처음에 애교를 하고 난 뒤에는 ‘해야지’ 하니까 또 나중엔 자연스럽게 되더라고요. 애교 부리는 게 쉽지 않았지만, 감독님께서 애정이 있어서 코믹하게 정면샷으로 예쁘게 잘 잡아주신 것 같아요.(웃음)”
이세영의 이런 노력(?) 덕분이었을까.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이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에는 ‘아츄커플’의 공이 컸다.
“인기가 많았기보다는 젊은층들이 노래를 좋아해줬고, 가볍고 재미있고 발랄한 이야기들이어서 신선하게 느끼셨던 것 같아요. 영상들도 많이 보셨고요. 그래서 더 화제가 됐던 것 같습니다.”
극중 민효원은 밀당없는 사랑을 하는 그야말로 ‘직진녀’였다. 강태양을 향한 일편단심 일방통행은 민효원은 물론, 그를 연기하는 배우 이세영의 매력까지 배가 시켰다. 본인 역시 실제 연애 스타일은 효원과 비슷한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가 연애를 하면 효원과 비슷한 점이 많을 것 같아요. 물론 너무 밀당을 안하는 효원보다는 완급조절을 해야 오래 만난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제 마음을 솔직하게 가감없이 드러내되, 효원이처럼 기다려준다거나 끊임없이 찾아간다거나 하면 쉽게 질릴 수도 있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효원이를 인간승리라 봐요.(웃음) 결국 열 번 찍어 안 넘어갔는데 백 번 찍어서 결혼까지 갔잖아요.”
‘아츄커플’을 지켜본 이들은 사랑이 이뤄지기 열렬히 응원했다. 마침내 드라마 내에서 직진녀의 사랑이 성공하며 결혼이라는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지만, 그 아쉬움과 여운이 “실제로 사귀는 사이로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도 이어졌다. 그러나 이세영과 현우는 서로 비즈니스 관계일 뿐이라고 선을 그으며, 다소 부끄러울 수 있는 질문에도 특유의 당당함으로 그 답을 대신했다.
“저도 (진짜 사귀어라는 말을) 이해해요. 저도 드라마를 챙겨보는 팬으로서 드라마가 끝나버리면 진짜로 사귀어라고 응원하게 되더라고요.(웃음) 그게 너무 애정 해주셔서 그런 말씀 해주시는구나 싶었어요. 어떻게 보면 다행인거죠. 안 맞을 수도 있는데 잘 어울린다는 거니까요.(웃음) 실제로는 현장에서 설레거나 그런 감정의 마음을 느낄 여유가 없었어요. 제가 막내였고, 욕심이 많기도 하지만 아직 그릇이 안 되거든요.(웃음) 응원해주시는 건 정말 감사드릴 뿐이에요.”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거웠지만 이세영은 실제로 자신과 같은 직업인 배우와는 연애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는 소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는 연기에 대한 열정의 또 다른 표현이었다.
“배우와는 안 만났으면 해요. 저는 결혼을 늦게 할 생각인데, 그게 미래의 배우자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해요. 누군가를 만나는 건 당연하지만, 그걸 배우자가 알게되면 그 사람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아직은 갈길이 먼 20대니까 상대 배우를 만나고 싶은 가능성은 열어두고 싶지 않아요. 사실 제가 연애를 하게 되면 일적으로는 집중을 못할 것 같거든요. 숫기도 없는 편이라, 극중 캐릭터가 아닌 이세영으로 현장에 있으면 연기에 대한 몰입이 깨지더라고요. 어렸을 때부터도 현장에는 저희 어머니가 시야에는 없으셨어요. 어머니가 보이면 갑자기 연기가 안 되고 떨리고 그렇더라고요. (웃음)”
이세영에게 ‘배우’는 맞춤옷을 입은 듯 보였다. 늘 자신에게 주어진 캐릭터에 충실했으며 그렇게 올곧게 20년을 배우의 길을 걸어왔다. 아역배우 이세영에서 어엿한 성인 배우 이세영으로 오기까지.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천천히 쌓아올린 내공의 배우다. 연기경력 20년의 이를테면 ‘중견 배우’의 내공이지만 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아직 부족해요. 여전히 배울게 많아요”라며 겸손함을 보이기도 했다.
마냥 여려보이는 배우 이세영은 앞으로 액션 연기에 도전하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의외였지만, 또 나름대로 이세영에게는 어울릴 것 같은 느낌도 강하게 들었다.
“할 수 있는 한 다양하고 많은 변신을 하고 싶어요. 진짜 악역인 장희빈 같은 역할도 해보고 싶고, 또 어렸을 때부터 가져온 꿈이긴 한데 한국을 대표하는 액션 여배우가 되고 싶은 꿈도 있어요. 한계가 있을 수 있겠지만요.(웃음) 제 신체조건에 맞는 액션의 특징을 잘 살려서 찾아보려고 합니다. 애교보다는 니킥이나 날라차기 같은 게 더 자신 있는 것 같아요. 하하하하.”
숨가쁘게 달려온 8개월을 뒤로하고, 잠시 숨고르기에 나서게 될 이세영은 웹드라마나 독립영화 등 다양한 작품으로 대중들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리고 또 다시 좋은 작품을 만나기 위해 신중에 신중을 기할 예정이다. 배우 이세영의 다음은 또 어떤 모습일까.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