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류태웅 기자= 동국제강이 이달 하순 브라질 용광로제철소인 CSP에서 생산된 슬래브(쇳물로 만든 철강 반제품)를 처음으로 국내에 들여온다.
동국제강이 창립 63년만에 '쇳물부터 완제품까지'라는 고(故) 장상태 선대 회장과 장세주 회장의 염원을 이룬 것이다.
5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은 오는 27일께 브라질 CSP에서 생산한 슬래브를 국내에 들여올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슬래브는 조선·건설용 후판으로 가공된다.
이로써 동국제강은 슬래브를 자급자족할 수 없었던 한계를 극복하고 가격 변동이나 수급 측면에서 보다 자유롭게 됐으며, 양질의 반제품 공급을 통해 최고급 완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또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철근·H형강 등 저가 시장에서 탈피해 고부가가치 시장을 보다 적극적으로 공략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동국제강은 2001년 장세주 회장이 취임한 이후 미래 성장동력 확보, 글로벌 철강사 도약이라는 목표 아래 2005년부터 브라질 북동부 세아라(Ceara)주에 제철소를 세우는 사업을 추진해 왔다.
총 55억 달러(약 6조4000억원)를 투입, 2007년 착공한 브라질 제철소 건설 공사에는 세계 1위 철광석 회사인 브라질 발레(50%)와 포스코(20%), 동국제강(30%)이 지분을 나눠 투자했다. 본격적인 상업생산은 지난해부터 돌입했다.
특히 브라질 CSP는 세아라 주정부가 7억달러(약 8100억원)를 들여 항만, 발전소와 같은 인프라 건설을 지원하는 등 한국·브라질 양국 경제 협력의 절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동국제강은 이 곳에서 생산되는 연간 300만t의 슬래브 가운데 자사 몫인 160만t 중 60만t 가량을 국내로 수입할 계획이다.
차세대 고급 후판을 생산하는 당진 공장과 연계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동국제강은 연간 매출액이 약 1000억원 가량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관련업계에선 막대한 투자비와 운영 기술상 문제로 고로를 갖고 있는 경쟁사들이 적은 가운데 동국제강이 기술·설비 우위를 바탕으로 철강 구조조정 위기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브라질 CSP서 생산된 슬래브가 이달 말 첫 수입된다"며 "10여년 이상을 추진한 사업이 결실을 맺는 것이어서 감격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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