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중국인들은 시정잡배라, 지금은 롯데에 대해 화를 내고 있지만, 우리가 할인판매를 시작하기라도 하면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다시 롯데매장으로 몰려들 것이다. 과거 일본제품이나 필리핀 과일 사례를 보라. 광풍이 지난후 판매는 급증했다. 중국인들은 한국인과 다르다. 국가에 대한 책임보다는 개인의 이익이 우선이다. 지금의 불매운동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신동빈 롯데 회장의 인터뷰 발언'이라는 타이틀로 현재 중국 인터넷상에서 급속히 퍼져나가고 있는 가짜뉴스다. 이 글을 읽는 중국인들이라면 기분이 좋을 리 없다. 일부 중국인들은 이 뉴스가 가짜뉴스임을 쉽사리 알아챈다. 하지만 가짜뉴스일 지라도 최소한 중국인의 민족주의적 감정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한국의 사드배치에 대한 중국내 반대여론은 상상외로 강경하다. 사드부지를 정부에 제공한 롯데가 잘못이 없다고 하더라도 롯데를 본보기삼아 강한 타격을 줘야 하고, 한국에 본때를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비하발언과 욕설, 유언비어 등이 부지기수다.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주말이 시작되는 지난 3일 밤부터는 중국인 친구들로부터 "분위기가 너무 안좋으니 이번 주말에는 왠만하면 집에서 조용히 보내라"는 식의 충고를 받았다는 교민들이 많다. 한 교민은 "길거리에서 한국말을 쓰면 사람들이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는 것을 느낀다"며 "중국인과 시비가 안 붙게 조심해야 겠다"고 말했다. 또다른 교민은 "택시기사가 대뜸 한국인이냐고 묻더니, 무서운 눈초리로 노려봤다"며 "택시를 타는 시간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고 토로했다.
한국 여행상품은 벌써부터 판매중단됐다. 베이징의 왕중(王忠) 국제여행사는 지난 3일 성명을 내고 한국 상품을 모두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한국 여행을 가겠다며 돈을 냈거나 계약한 사람들에게 우리는 다른 대체 여행지를 마련해줄 수 있다"면서 "중한 관계가 완화된 뒤 한국 여행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여행사의 담당자는 "한국 여행을 취소한 결정은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옳은 애국 행위라고 생각한다"면서 "고객에게 환불할 것이며 취소에 따른 모든 부담을 떠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이트 씨트립에서는 '롯데호텔'이 사라졌다. 개별 여행시 전 세계 호텔을 예약 또는 선택할 수 있었는데 인기를 누리던 '롯데호텔'이 삭제된 것이다.
또한 신랑(新浪·시나)이나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서 한국 비자발급이 중단됐다는 소식이 빠르게 유포되고 있다. 중국의 여행사들이 한국비자발행 대행업무를 중단하면서 이같은 소식이 전파되고 있는 것. 중국내 우리나라 공관들은 개인들로부터 직접 비자신청을 받고 있지만, 이를 아는 중국인은 많지 않다.
한국에 대한 경제적 제재도 이어지고 있다. 5일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중국 랴오닝(遼寧)성의 다야오완 검험검역국은 지난 4일 수입된 한국 식품들이 기준에 맞지 않는다며 통관시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야오완 검역국은 이들 제품의 생산 날짜와 위생 증명서의 날짜가 일치하지 않는다며 통관을 시키지 않았다. 이번에 수입이 불허된 한국산 식품 중 하나는 18가지 종류로 구성된 2.1t 분량이며 조리된 한국산 생선 식품도 첨가제가 중국 기준치에 맞지 않는다며 폐기 처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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