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LPGA 투어는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뉴질랜드)를 위협하며 돌풍을 일으킨 아리야 쭈타누깐(태국·2위)의 등장으로 새로운 변화를 맞았다. 여기에 신인상을 거머쥔 전인지(23·3위)와 펑산산(중국·4위)이 가세했다.
2017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지각변동을 알린 예고편이 강렬했다.
5일 막을 내린 LPGA 투어 HSBC 위민스 챔피언스. 박인비가 돌아왔다. 올 시즌 복귀 무대에 나선 뒤 2주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흔들림 없는 티샷과 신들린 퍼트로 역전 우승 드라마를 썼다.
박인비는 지난해 6월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컷 탈락 이후 정규투어를 중단했다. 허리와 손가락 부상 탓이다. 8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고심 끝에 출전해 투혼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정규투어 우승은 없었다.
부상 회복에만 전념한 박인비는 올 시즌 첫 대회를 지난주 열린 혼다 LPGA 타일랜드로 잡았다. 실전 경기 감각을 익히며 5언더파 283타로 공동 25위를 기록했다. 무난한 성적표였다.
이후 박인비는 두 번째 대회에서 단숨에 우승을 거머쥐는 저력을 과시했다. ‘역시’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 신들린 퍼트는 명불허전이었다. 특히 버디를 9개나 낚으면서도 변하지 않는 ‘무심한 표정’도 예전 그대로였다.
박인비의 우승으로 한국 선수들이 LPGA 투어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올 시즌 개막전 이후 두 번째 대회부터 장하나(25·호주여자오픈)와 양희영(28·혼다 타일랜드)에 이어 박인비까지 3주 연속 우승을 쓸어 담았다.
LPGA 투어 공식 데뷔전을 치른 박성현은 지난해 미국 진출 준비로 약 3개월의 공백기를 갖고도 거침없이 실력을 발휘했다. 데뷔 전부터 큰 기대를 받으며 주목받은 압박감과 떨어진 경기 감각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시원한 스윙은 이미 현지 갤러리를 열광시키기 충분했다.
당초 ‘톱15 이내 진입’이 목표라던 박성현은 당당히 우승 경쟁을 펼치며 최종합계 16언더파 272타로 단독 3위에 올랐다. 박인비와는 불과 3타 차였다. 매일 버디 5개 이상을 기록하며 4타씩 줄인 강렬한 신고식이었다.
박성현의 LPGA 돌풍은 이미 예고된 관심사였다. 한국 무대를 평정한 박성현은 초청선수로 나선 LPGA 투어 7개 대회 총상금만으로 올 시즌 LPGA 투어 전경기 출전권을 따냈다. LPGA에서는 올 시즌 가장 주목해야 할 선수로 박성현을 꼽으며 데뷔 전부터 특별편을 편성해 집중조명하기도 했다.
부담까지 떨쳐낸 박성현은 돌아온 박인비와 함께 무서운 상승세를 탈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이번 대회 톱10에도 박인비와 박성현을 비롯해 장하나(공동 4위), 유소연(공동 7위), 이미림, 최운정(공동 9위) 등 한국 선수만 6명이 포함되는 저력을 보였다.
◇동영상=고려아이텍 이창선 대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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