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담배를 국민에게 권장하는 국가가 세계 어디에 있겠느냐마는 한국은 유난히도 솔직하지 못한 것 같다. 앞에서는 분명 흡연을 막아서는데 결과만 보면 뒤에서는 웃음을 짓는 게 아닌지 헷갈릴 정도다.
이제껏 정부는 금연에 관해 다양한 정책을 쏟아냈지만 세수는 항상 늘고 있다. 이런 결과가 고의인지 아니면 정책의 예측 실패인지 알 방법은 없으나 의문이 쉽사리 걷히지 않는 대목이다.
물론 통계적으로 봐도 과거보다 흡연율은 분명 줄어들었으며, 흡연문화에 대한 매너도 상당히 좋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금연정책을 펼친다는 명분으로 거둬들이는 세금이 본래의 목적에 맞게 합리적으로 잘 활용되는지는 의문이다.
현재 4500원 짜리 담배 한 갑을 사면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 건강증진부담금,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등 5가지 항목으로 3318원의 세금이 부과된다. 한 갑가격의 73%에 달하는 금액이 세금인 셈이다. 담배를 통해 거둬들이는 세금은 담뱃값 인상 전 약 6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12조원까지 늘었다고 알려졌다. 실로 막대한 금액이다. 하지만 담배에 관한 복지정책에서는 볼멘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글의 의도에 곡해의 소지가 있어 미리 말해두자면 이 글을 쓰는 기자는 비흡연자이다. 당연히 흡연자들이 느끼는 흡연권에 관한 불편도 없으며 피해의식도 전혀 없는 편이다. 다만 담배관련 취재를 위해 취재원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하게 되면 금연정책에 관해 좋은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최근에는 보건복지부에서 야심차게 내놓은 담뱃갑 경고그림에 관해서도 다들 쓴 소리를 뱉었다. 정부는 경고그림의 부착으로 4.7%에 가까운 흡연율 하락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흡연자들은 하나같이 쓸데없는 정책에 기분만 나빠졌다고 입을 모았다.
비흡연자들도 보행 중 흡연자들에게 간접흡연 피해를 받으며 눈살을 찌푸리기 일쑤다. 수십조원의 세금 중 일부를 잘 활용해 흡연부스를 늘리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것인가 의문이 든다.
담배회사들도 이익의 추구라는 기업 본연의 목표에는 충실하지만 혹여나 건강을 파먹고 산다는 악마적 이미지에 휩싸일까 항상 사회의 눈치를 보고 있다. 할 말은 많지만 그저 죄인으로 사는 게 더 속편하다고 생각하는 업체 관계자들이 대다수였다.
흡연을 장려하고 사회 전체를 재떨이로 만들자는 말은 아니다. 분명 선진사회로 갈수록 흡연율은 떨어질 것이고 건강에 관한 의식도 높아질 것이다. 다만 우리사회는 담배에 관해 좀 더 솔직해지고 투명해질 필요는 있다. 담배로 인해 많은 세금이 걷히는 점을 인정하고, 또 이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 지도 더 쉽게 알릴 필요가 있다. 지금 정부는 흡사 반전(反戰)을 외치는 무기상인 같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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