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상품 가격이 글로벌 경제 개선 전망 속에서 수년래 가장 활발한 랠리를 펼치고 있다. 주요 상품 가격에 대한 상승 베팅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상품 선물가격을 추적하는 S&P GSCI 지수는 작년에만 28% 급등하면서 2009년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도 3% 가량 오르면서 상승세는 지속되고 있다.
원유 및 천연가스 가격은 지난 12개월 사이 50% 이상 반등했고 귀금속이나 원자재 등도 최근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1년 전 경기 부진과 과잉 공급 우려로 수년래 최저까지 가격이 떨어지던 상황에서 완전히 반전된 것이다.
또한 2006년부터 집계를 시작한 상품선물거래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원유, 구리, 면직물 선물 가격에 대한 상승 베팅은 1월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물가상승률이 오르고 경제 회복에 따라 수요가 증가하려는 신호가 보이면서 투자자들이 상품 투자로 몰리고 있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RJ 오브라이언의 존 카루소 선임 트레이더는 “낙관론이 돌아오고 있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씨티그룹의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운용 중인 상품 투자자산은 1월에 3910억 달러(약 451조원)로 전월비 7% 대폭 증가했다. 전년 대비로는 50% 이상 급증했다. 액티브 펀드에서 상품가 상승 베팅은 2014년 이후 최대까지 늘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장기 상승장이 시작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21억 달러 도이체 상품전략펀드를 운용하는 자웨이 쿵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작년 상품가 장기 하락 추세가 끝나고 이제 랠리가 시작됐다며 장기적인 강세장을 예상했다.
상품가 랠리의 배경에는 투자자들의 경제 회복 기대감이 깔려있다. 투자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정 부양책과 금융 규제 완화가 성장과 물가상승률 제고를 이끌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주 의회 연설을 통해 세제 개혁안와 인프라 지출을 추진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더블라인 전략상품펀드의 제프리 셔먼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선거 이후 희열감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펀드는 1년 전부터 상품 익스포저를 늘리기 시작해 1월 말 기준으로 자산 90%를 가격 상승에 베팅하고 있다.
상품 가격 상승으로 원자재 수출 의존도가 높은 러시아, 남아공, 말레이시아와 같은 신흥국 경제도 살아날 수 있다. 실제로 작년 한해 브라질의 한 ETF는 가격이 두 배로 뛰었는데 애널리스트들은 그 배경으로 상품가 회복을 꼽았다.
다만 모든 전문가들이 상품 가격 전망을 낙관하지는 않는다. 일부 전문가들은 올해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 속에서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점을 언급하면서 달러 강세가 상품가를 압박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최근 유가 랠리는 OPEC과 러시아 등 산유국들의 감산 이행에 따른 것으로 올해 6월로 만기되는 감산 합의가 연장되지 않을 경우 다시 유가가 하락세를 탈 것이라는 경계심도 나온다고 WSJ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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