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중국 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한 경제보복을 기정사실화함에 따라 국내 금융권도 긴장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피해 상황은 없지만, 중국 금융당국이 본격적으로 규제에 나선다면 언제든 사업을 접어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중국 법인을 운영 중인 신한·KB국민·KEB하나·우리은행 등 국내 시중은행이 현지 영업 전략에 대한 영향 점검에 나섰다.
은행권에서는 "한중 갈등이 아직 민간 영역으로까지 번지지 않았고, 사드 영향도 사실상 제한적일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지만, 상황이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중국 내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여파가 올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중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선제적으로 움직이겠다는 반응이다.
국내 은행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무차별적인 금융 규제다. 실제로 중국 금융당국은 예금 대비 대출비율을 규정하거나 예금 말잔이 월평균 잔액의 3%를 넘지 못 하게 하는 등의 방식으로 외국계은행에 대한 영업규제를 해온 바 있다. 세무조사를 하거나 감독 강화, 사업 불허 등의 방식으로 영업에 제동을 걸 수도 있다.
카드사도 비상이 걸렸다. 중국 정부가 '한국관광 제한 조치'를 취하면서 은련카드(유니온페이)의 국내 전표 매입·정산 업무를 하는 BC카드와 신한카드의 수수료 수익에도 타격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은련카드가 중국 신용카드 시장에서 점유율 99%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안정적으로 올리던 기존 수익이 급감할 수밖에 없다.
유니온페이와 손잡고 중국 등 해외로 진출하려던 계획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은련카드와 업무제휴를 체결하면서 동북아시아 지불결제 시장에서의 공동발전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지만, 지금은 우선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상태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국의 '사드 보복'이 단순히 롯데그룹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조업, 서비스업으로 거세게 번지고 있는 만큼 중국 관련 사업이 위축되는 것을 피하기는 어렵다"면서 "중국 시장 확장이 힘들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국내에서 진행 중인 중국인 관련 사업에도 타격이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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