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보호무역'에 반기를 들고 '자유무역'을 외치고 있지만 실제 모습은 이와 다르다는 유럽 기업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7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중국주재 EU상공회의소가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세계의 공장'에서 '제조업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내놓은 첨단 제조업 육성 정책인 '중국제조 2025'이 자국기업을 우대하는 보호주의 색채를 띠고 있다고 지적했다.
EU상공회의소는 이날 70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를 공개해 중국 제조업 육성 정책 추진 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불거지고 있으며 심지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위반하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개최기간에 이러한 내용을 담은 보고서가 공개돼 주목된다. EU상공회의소는 중국 당국의 입장을 반박했다.
보고서는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5일 전인대 정부업무보고에서 제조업 외국 기업의 불만을 의식한 듯 " '중국제조 2025' 정책 수혜에 있어 국내외 기업을 동일하게 보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는 실상과 다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제조 2025'는 중국의 제조업 강국 도약을 위해 마련한 제조업 육성 정책으로 독일의 4차산업 육성계획인 '인더스트리 4.0'과 비슷하다. 로봇·첨단 의료기술·반도체·전기차 등 10개 분야를 집중 육성한다는 게 골자다.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굴지의 중국 첨단 제조업체 10곳을 키운다는 목표다.
EU상공회의소는 목표 달성을 위해 중국이 자국 기업에 보조금과 각종 특혜를 제공하면서 외국 기업은 시장 접근을 막고 중국 내 제품 판매를 미끼로 기술 이전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구체적인 사례로 기술이전 전략으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게 된 중국의 고속철을 언급했다. 전기차 시장 진입 문턱도 높다. 보고서는 최근 전기차 분야에서 중국이 취한 조치는 WTO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중국이 발표한 자국 내 배터리 공급 허용 기업리스트에 외국 업체는 한 곳도 없었다. 연말에는 보조금을 받으려면 중국 내에 최소 8GWh 이상의 생산능력을 보유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 초안도 공개했다. 이 조건에 만족하는 기업은 비야디 등 중국 기업 몇 곳 뿐이다.
미국 비영리 민간경제조사기관인 콘퍼런스보드 베이징사무소 관계자는 "중국 경제가 두 자릿 수 초고속 성장을 보일 때는 많은 기업이 불공정 대우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다"면서 "하지만 성장률이 둔화되고 수익도 줄면서 인내심이 바닥을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FT는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 중국이 정부 주도형 정책으로 첨단 제조업을 육성해 최근 직면한 문제 해결을 시도하는 것은 최적의 방안은 아니라고 조언했다.
중국은 '중진국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빠른 경제체질 전환, 산업 구조 조정이 필요하다. 노동가능인구는 줄고 인건비는 높아져 생산효율도 높여야한다. 제조업 선진화는 필수적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을 대표하는 굴지의 기업은 화웨이, 텐센트, 알리바바 등 시장 중심의 민영기업이라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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