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중국의 외교비 예산이 4년 만에 두 배로 뛰었다. 시진핑(習近平) 지도부가 중국의 외교력을 강화하며 소프트파워를 제고하는데 주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9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중국의 정기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발표된 올해 외교비 예산은 540억 위안(약 9조7200억원)에 달했다. 이는 2013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액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국방비를 대폭 늘리는 대신 국무부와 국무부 산하 국제개발처의 대외원조 예산을 37% 삭감하기로 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중국은 올해 국방비 예산을 전년보다 7% 늘리는데 그치며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수준으로 증액했다.
이는 중국이 그간의 외교정책의 기조가 기존의 때를 기다리며 조용히 실력을 기르라는 뜻의 '도광양회(韜光養晦) '에서 해야할 일은 적극적으로 한다는 '유소작위'(有所作爲), 더 나아가 주동적으로 한다는 '주동작위'(主動作爲)로 변화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중국이 오는 5월 개최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정상회의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글로벌 리더십은 물론, 중국의 외교력을 과시하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중국의 신 경제구상인 일대일로 정상회의에는 현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등 20개국 정상이 참석을 약속했다. 이 자리에서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에 맞서 자유무역의 수호자로서 역할을 부각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8일 전인대 기자회견에서 "시진핑 주석이 일대일로 전략을 제창한 이후 지난 3년간 일대일로 전략이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영향력을 뻗어나가면서 전 세계적으로 가장 환영받는 '국제 공공상품'이 됐다"며 "일대일로는 향후 최고의 국제협력 무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자칭궈(賈慶國)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장은 블룸버그 통신을 통해 "중국은 이제 국제사무에 매우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며 "중국의 성장이 예전보다 훨씬 더 글로벌 시장과 자원에 의존하고 있는만큼 국제적 영향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해에도 중국의 외교력을 두드러졌다. 지난 해 9월 항저우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 11월 우전 세계인터넷대회 등 굵직한 국제행사를 잇달아 개최하는가하면 올초엔 시진핑 주석이 중국 국가주석으로는 최초로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해 중국의 지도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중국은 막강한 경제력을 외교의 전략적 무기로도 삼고 있다. 최근 한·미 양국의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반발해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 산하 롯데마트의 중국 매장 절반 이상에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고 각 여행사에 한국 관광상품 판매를 중단하도록 지시한 게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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