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365] 다시 국가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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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3-0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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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진 정치부 차장]

요즘 유시민 작가의 ‘국가란 무엇인가’를 다시 꺼내 읽고 있다.

‘지난 4개월 동안 19차례의 집회를 개최한 1500만 촛불시민의 저력은 어디서 나왔을까.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이후 촛불시민혁명이 만들어갈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떠해야 할까.’

국가주의 국가론 논리 체계를 처음으로 세운 영국의 철학자 토마스 홉스는 청교도혁명이 한창인 1651년 저서 ‘리바이어던’을 출판했다. 리바이어던은 구약 성경 ‘욥기’에 나오는 바다 속 괴물로, 괴물이 돼 통제받지 않는 권력을 일컫는다. 홉스는 국가에게 리바이어던처럼 막강한 힘을 부여하는 이유를 인간이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를 벗어나 개인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평화라는 공동선을 달성하기 위한 것에서 찾았다. 그래서 홉스가 선택한 전략이 바로 사회계약론과 절대군주론의 접합이었다.

지난 70년 동안 국가권력을 장악해온 대한민국의 보수 정치세력은 홉스의 국가주의 국가론을 신봉한다. 이들은 사회질서 유지와 국가안보를 위해서는 헌법이 보장하는 시민의 권리 따위는 침해받아도 상관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과거 ‘빨갱이를 때려잡자’며 자행됐던 온갖 극우 보수 세력의 ‘백색테러’가 70년이 지난 2017년 현재까지도 정당화되고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극우 보수단체 회원들은 특별검사와 헌법재판소, 야당 등을 상대로 백색테러 위협을 가하고, 계엄령 등을 운운하며 쿠데타를 공공연히 선동하고 있다. 심지어 회칼을 든 자살 및 테러 모임을 모집하고 있는 등 해방 직후 우익 테러단체가 설치는 무정부 상태를 방불케 하고 있다. 이는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다. 

오죽하면 대표적 보수 정치인인 김무성 바른정당 고문마저도 "박근혜 대통령과 이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극우 편향적, 수구 꼴통 사고로서 보수 가치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에게도 비참한 결과만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을까.

이들 극우 보수세력은 홉스의 주장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는 오류를 범했다. 홉스는 통치자에게 절대성은 있되 그것은 어디까지나 국민들의 동의에 근거를 두며 통치자의 잘잘못에 대해서는 국민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못박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주장을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입시켜 보면, 결론은 '대통령직 파면'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할 정부는 304명의 국민이 차가운 바다 속에 참혹하게 수장되는 것을 수수방관했을 뿐이다. 국민 행복을 위해 쓰여져야 할 세금은 국정이라는 허울을 쓰고 농단을 부린 대통령과 측근들의 잇속을 채우는 데 들어갔다. 단지 국민으로부터 국가권력을 위임받았을 뿐인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과의 계약을 위반한 셈이다.
 
최근 정치권과 유력 언론들은 헌재의 탄핵심판이 난 뒤 국론분열로 나라가 두 동강 날 것이라고 걱정한다. 단언컨대, 절대 두 동강 안 난다. 국가권력을 사유화하며 전제 군주처럼 국민 위에 군림했던 무능하고 오만한 지도자와 적폐 세력만이 오롯이 역사의 뒷전으로 물러날 뿐이다.

국가권력을 사유화하고 국정농단으로 이권을 챙긴 무능하고 부패한 지도자를 파면하고, 70년 적폐를 청산해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자며 촛불을 들고 나온 국민들과  '내란, 유혈충돌, 군대 개입, 계엄령 선포, 빨갱이 처단' 등의 반헌법적 주장을 하는 국민을 동급으로 비교하며 국론분열을 운운하는 것은 진영 논리에 불과하다. 박 대통령의 탄핵심판은 옳고 그름의 문제다.

국민들의 대다수는 차기 대통령이 내세워야 할 국정운영의 최고 가치로 ‘정의’를 꼽고 있다. 여야 대선 주자들도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입을 모은다. 훌륭한 지도자가 나타나서 정의를 실현할 능력 있는 국가를 만들어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헛된 일이다.

유시민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인용했다. "훌륭한 국가는 우연과 행운이 아니라 지혜와 윤리적 결단의 산물이다. 국가가 훌륭해지려면 국정에 참여하는 시민이 훌륭해야 한다. 따라서 시민 각자가 어떻게 해야 스스로 훌륭해질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유독 춥고 길었던 겨울이 서서히 물러가고, 새 봄이 오고 있다. 이제 새로운 길,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다시 희망이다.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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