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미국 워싱턴 주가 하와이 주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이민 수정 행정명령'이 위헌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또 다른 주들도 줄소송을 예고하고 있어 새로운 입국 금지령을 놓고 트럼프 행정부와 주정부 간 갈등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NPR 등 현지 언론이 9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밥 퍼거슨 워싱턴주 법무장관은 "1차 반이민 행정명령이 무효하다는 시애틀 연방법원의 판결은 이번에도 유효하게 적용돼야 한다"며 "이번 행정명령의 의도는 이슬람권 국가를 겨냥한 것으로 핵심적 헌법적 문제는 그대로 남아있다"고 주장했다.
법원 심리는 수정 행정명령이 발효되는 오는 16일 이전에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특히 워싱턴 주는 지난 1차 행정명령 당시 사법부의 효력 정지 결정을 이끌어냈던 만큼 이번에도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에 제동을 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에 앞서 지난 8일에는 하와이 주가 호놀룰루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반이민 수정 행정명령이 나온 뒤 연방 법원에 제소한 것은 하와이 주가 처음이다. 법원 심리는 오는 15일 진행될 예정이다.
더글라스 친 하와이 주 법무장관은 "이번 수정 행정명령은 하와이 내 무슬림 주민과 관광객,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며 제소 이유를 밝혔다. 하와이 주에 따르면 하와이 지역 노동자의 20%가 외국 출신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와이 주에 이어 워싱턴 주까지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면서 다른 연방 법원의 줄소송이 이어질 전망이다. 일단 뉴욕·매사추세츠·오리건주 등도 소송에 동참하기로 한 상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슬람권 6개국(이란·시리아·리비아·예멘·소말리아·수단) 출신 국민의 입국을 90일간 제한하는 내용의 수정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는 7개 국가를 대상으로 했던 지난 1차 행정명령에 대해 다소 완화하는 규정이지만 주 정부와 시민단체 등은 '무슬림 입국 금지' 조치라며 비난을 계속하고 있다.
백악관은 그러나 행정명령 내용이 상당 부분 수정된 만큼 패소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의회 전문지 더 힐에 따르면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수정 승인된 행정명령은 연방법에 부합하고 있다"며 "사법부의 요구를 반영한 만큼 앞선 소송과는 달리 패소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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