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시민, '국가란 무엇인가' [사진=돌베개 제공]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지난해 말 어수선한 기적을 울리며 출발했던 '탄핵 열차'는 지난 10일 '8대 0 인용'이라는 수신호와 함께 '대통령 파면'이라는 종착역에 도착했다.
새해 벽두부터 대형 도매상의 부도로 암울했던 출판계는 탄핵 정국에서 때아닌 특수를 누렸고, 파면 결정으로 또 다른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사실 '법학' 관련 서적은 공무원 시험 등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이나 보던 책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국정농단, 헌법유린이 발생한 이 땅에서 시민들은 '헌법' 책을 집어들었고, '국가' '민주주의' '선거' 등에 새삼 주목하기 시작했다.
우선 눈길을 끄는 책은 유시민 작가의 '국가란 무엇인가'(돌베개) 개정판이다. 지난 2010년 출간됐던 이 책은 최근 사례들을 추가하고, 초판에 있던 작가 본인의 정치적 입장이나 주장, 국가와 정치를 분석하는 부분 등을 걷어냈다. 특히 동서고금의 저명한 철학자·이론가들이 펼친 '국가'에 대한 다양한 견해가 일목요연하게 소개돼 있어 '잘 정리된 국가론'으로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인터넷 서점 예스24의 3월 첫 째주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국가란 무엇인가'는 전 주보다 네 계단 상승해 1위를 차지했다. 초판에 이어 이번 개정판도 구입했다는 독자 강경권(35)씨는 "7년 전에는 이 책이 말하고 있는 국가의 존재 이유와 바람직한 방향 등이 마음에 와 닿지 않았던 게 사실이었다"면서도 "탄핵 정국을 겪으며 왜 우리가 국가와 헌법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하는지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헌법의 상상력' [사진=사계절 제공]
예스24에 따르면, 헌법 분야 판매량은 지난해 10월 286권에서 11월 1860권으로 급증한 데 이어 12월에는 3442권이 팔리는 등 기록적인 판매고를 올렸다. 지난 한 해동안 판매된 헌법 분야 책은 총 7913권으로, 전년도 1542권에 비해 무려 413%가 늘었다. 교보문고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2월9일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뒤 '법학' 분야 책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0% 이상 증가했다.
실제로 최근 서점가를 달구는 책들의 제목엔 '헌법'이 들어가 있다. 이를테면 '헌법의 귀환'(휴먼앤북스), '헌법의 상상력'(사계절), '헌법은 살아있다'(와이즈베리), '지금 다시, 헌법'(로고폴리스), '헌법의 발견'(비아북) 등의 식이지만, 이외에도 '후불제 민주주의'(돌베개), '우리는 민주공화국에 산다'(노닐다) 등 헌법을 주요 주제로 다룬 책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촛불집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헌법 관련 책들의 판매량이 급증했다"며 "대통령 파면이 결정되면서 독자들이 이제는 '선거' '민주주의' '지도자' 등의 책을 많이 찾기 시작했는데, 조기대선이 마무리될 때까지 '탄핵 특수'는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인터넷 서점 알라딘은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선고결정 전문을 전자책으로 제작해 지난 10일 오후 6시부터 무료로 배포했다. 해당 전자책에는 이날 오전 11시 이정미 재판관에 의해 발표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 선고의 낭독 전문이 실려 있다.
김남철 전자책팀장은 "헌법 전문 역시 전자책으로 무료 배포한 바 있다"며 "탄핵선고결정문을 많은 국민들이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선고 당일 제작 배포하게 됐다"고 밝혔다. 알라딘은 낭독 전문을 이번 주 내로 89페이지 분량의 판결문 전문으로 교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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