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원승일·김선국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결정으로 일단 경제 불확실성은 걷혔다. 이제는 식을 대로 식어버린 소비 등 내수 침체를 반등시키는데 모든 정책적 노력을 쏟아 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에 따른 중국 보복 조치 등 대외적 통상 압력에도 대비해 경제 외교를 보다 굳건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 선거 전까지 두 달여간 국정 공백이 불가피하지만, 경제 컨트롤타워를 중심으로 한국 경제가 성장 모멘텀을 마련해야 한다는데도 이견이 없다.
12일 민간경제연구원,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박 대통령 탄핵 결정이 소매판매 증가 등 실물경기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어느 정도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가계, 기업 등 경제 주체들의 소비 및 투자 심리도 꿈틀대고 있지만 실제 내수 회복세로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소비를 뜻하는 소매판매는 소비심리 위축의 영향으로 지난해 11월 -0.3%로 처음 마이너스로 돌아선데 이어 12월 -0.5%, 1월 -2.2% 등 석 달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고, 감소 폭 또한 커지고 있다. 소매판매가 3개월 연속 줄어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8월∼2008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특히 음식·숙박업(-6.4%)과 예술·스포츠·여가업(-7.5%) 등 서비스업 부문 소비가 크게 감소하면서 실제 외식, 관광 등에 씀씀이가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밝힌 소비자심리지수(CCSI)도 지난해 11월 95.8로 전달 보다 6.1포인트 급락한 이후 석 달 연속 하락했다. 지난 1월 지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75.0) 이후 7년 10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일자리가 늘어야 소비 여력이 생기는데 고용 부진도 보다 심화되고 있다. 1월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24만3000명 증가에 그치며 전월(28만9000명)보다 증가폭이 축소됐다.
특히 조선업 등 구조조정 영향으로 제조업 고용이 마이너스 16만명으로 전월(-11만5000명) 대비 감소폭이 커졌다. 서비스업도 같은 기간 33만4000명에서 32만명으로 증가폭이 축소되고 있다.
다만 수출이 넉 달 연속 증가하며 호조를 보이는 상황에도 이번 주 예고된 미국의 금리 인상과 4월 환율보고서 발표 등은 한국 경제에 또 다른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은 반등세인 수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점에서 최대 위협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의 보복 행위가 특정기업 매장·영업점에서 한국기업, 한국으로 확산되고 있는데다, 관광·유통을 시작으로 문화 산업까지 압박 수위가 전방위로 높아지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보다 거세지고 있는 미국, 중국 등의 통상압력에 대비, 경제 외교를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신민영 LG경제연구소 부문장은 "중국과 미국이 계속해서 우리 기업을 대상으로 통상 압박을 가하는 등 글로벌 교역을 둘러싼 여건은 좋지 않다"며 "경제적 논리 외에도 상대국 통상 담당자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정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