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의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국왕이 첫 일본 방문길에 나선다.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서 저유가로 인한 경제난을 해소하기 위해 일본과의 협력을 강화하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NHK 등 현지 언론이 12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살만 사우디 국왕은 이날부터 나흘간 일본을 방문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 회담을 갖는 등 양국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사우디 국왕이 일본을 방문하는 것은 지난 1971년 파이잘 당시 국왕 이후 46년 만에 처음이다.
사우디 국왕이 이번 방일을 준비한 것은 원유 생산에 의존하지 않는 양국 간 경제 협력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는 원유 가격이 하향세를 이어가면서 3년 연속 적자에 빠지는 등 최근 몇 년간 심각한 재정난을 보이고 있다. 석유에 의존하는 경제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지적이 안팎에서 나오는 이유다.
일본은 원유 수입 가운데 3분의 1을 사우디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우디 국왕의 이번 방일을 계기로 안정적인 원유 공급 라인을 마련하는 한편, 사우디 경제 개혁의 일환으로 알려져 있는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도쿄증권거래소 상장을 권유하는 등 양국 관계 강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의 싱크탱크 걸프리서치센터의 존 사화키아나키는 "사우디 정부는 한정된 자원에도 불구하고 인재 육성과 기술을 바탕으로 성장해온 일본에게서 교훈을 얻고 싶어 한다"며 "인구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30세 이하 청년층의 직업 훈련 등에 대한 협력과 제조업 진출 등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살만 국왕은 이번 일정에서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 외에도 아키히토 일왕과의 면담, 양국 기업이 참여하는 비즈니스 포럼 등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한편 호텔그룹이나 렌터카 업체 등 일본 여행업계도 반짝 특수를 기대하며 사우디 손님 맞이에 나섰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살만 국왕이 장관이나 왕족 등 1000명이 넘는 대규모 수행단과 함께 초호화 방문에 나섰기 때문이다.
살만 국왕은 재작년에도 수행원 약 1000명과 프랑스 휴양지에 숙박하는 등 호화로운 외부 일정을 구성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해 9월 무하마드 빈 살만 제2왕위 계승자가 일본을 방문했을 때도 500명이 13대의 비행기로 이동한 뒤 200대의 전세 차량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사우디는 도쿄 내 고급호텔 1200곳을 예약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렌터카 업체들도 사우디 측의 요청에 따라 벤츠, BMW, 렉서스 등 고급 자동차 섭외에 나섰던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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