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피의자 신분인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번 주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면서 유력한 증거자료인 대통령기록물을 어떻게 처리할지 주목된다.
박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대통령기록물 이관 절차를 미처 준비하지 못해 자료들이 고스란히 청와대에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검찰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 기록물들에 대한 증거 인멸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기록물은 대통령 직무와 관련한 문서, 전화통화, 전자기록 등 모든 형태의 자료를 망라한다. 국무회의 자료와 인사기록, 청와대 행정서류는 물론 향후 검찰수사에 활용될 업무용 수첩과 청와대 방문일지, 최순실 관련 문건도 당연히 포함된다. 이중 국가안전과 국민경제안정 등 6가지 사유에 해당하면 가장 보안 단계가 높은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대통령기록물 분류와 이관 권한이 누구에게 있느냐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대통령기록물은 통상 집권 대통령 퇴임 6개월 전부터 청와대가 분류를 시작해 임기 만료 전에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하게 된다. 하지만 대통령 파면으로 분류와 이관의 주체가 모호해진 상황에서 그 권한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있느냐를 놓고 청와대와 정부 내에서도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가기록원은 현행법상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대통령으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황 대행에게 권한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한국기록전문가협회는 지난 10일 성명서를 내고 “대통령이 지정기록물을 선정하는 게 불가능한 만큼 현 상태 그대로 이관해야 한다”면서 “권한대행이 대통령지정기록물을 분류하는 건 탈법”이라고 주장했다.
행정자치부는 대통령기록물 이관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기록물 조사와 확인, 목록 작성, 정리 절차에 나설 방침이지만 기록물 지정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이르면 이번 주에 청와대 경내 압수수색을 하려는 것도 이 같은 정부 움직임 때문이다.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된 자료도 검찰이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으면 열람을 할 수 있지만 절차가 복잡하다.
하지만 황 대행이 청와대 경내 압수수색을 승인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압수수색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과 수석 9명은 13일 황 대행에게 일괄사표를 제출한 상태다. 시설책임자인 비서실장이나 각 수석 자리가 비어 있게 되면 압수수색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검찰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삼성동 사저를 압수수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재임 중 썼던 차명 휴대전화를 비롯해 중요한 증거물들을 사저로 옮겼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공모 관계’를 입증할 결정적 물증을 찾기 위해 모든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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