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기수정 기자 =“사드 보복 이전 명동 거리를 나가보면 대부분 중국어로 호객행위를 하는 상점들이 많았는데 요새는 확실히 중국어가 안 들려요.”
명동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A씨(30세)는 이같이 말했다.
그는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든 자리를 동남아나 일본 관광객들이 채우고는 있지만 북새통을 이루던 명동 거리는 눈에 띄게 한산해진 것을 체감할 수 있다"며 "중국인 관광객이 80% 이상은 줄어든 느낌”이라고 전했다.
중국이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배치를 둘러싸고 한국관광 상품 판매 금지령을 내리는 등 노골적 보복을 단행해 국내 관광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특히 이 금지령이 본격 시행되는 오늘(15일)을 기점으로 여행에 대한 제재 수위도 더 높아져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뚝 끊길 것으로 예상돼 국내 관광 및 호텔업계는 잔뜩 긴장한 모습이다. 이날부터는 한국 여행상품 광고도 전면 중단한다.
중국 정부는 베이징 현지에 위치한 유명 여행사 20여 곳의 관계자를 불러 한국행 관광객 모집을 즉각 중단하고 이미 계약된 상품은 이달 중순까지 모두 소진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드 배치 문제가 불거진 이후인 지난해 말 한국 단체여행객 수를 20%가량 축소한 데 이어 두 번째 조치다.
이번 금지령으로 온·오프라인으로 판매되는 모든 한국 여행상품을 취급 금지하면서 여행사를 통한 한국행 항공권은 물론 항공권과 숙박을 묶은 '에어텔' 상품도 살 수 없게 됐다.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던 4대 궁과 제주도 등 국내 관광지와 호텔업계는 심각한 타격이 우려된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3월 1∼5일까지 경복궁, 창덕궁, 덕수궁, 창경궁 등 4대 궁과 종묘의 입장객 수를 집계한 결과 하루 평균 중국인 관람객이 전월 대비 36.5% 감소했다.
4대 궁과 종묘를 관람하는 중국인 수는 올해 1월 하루 평균 5322명, 2월에는 5270명이었으나 3월 들어 3349명으로 급감했다.
중국인 관광객의 성지 제주도(제주특별자치도) 역시 사드 보복으로 초토화됐다.
전체의 80%를 차지하던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당장 중국인 관광객의 3분의 1수준에 달하는 200만명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등 관광산업을 기반으로 한 지역경제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제주도가 발표한 '중국의 한국 관광 금지에 따른 일일 동향'에 따르면 관광 금지령이 시행되기 전인 지난 2일부터 9일까지 30개 여행사 11만7588명이 제주도 관광을 전격 취소했다.
롯데가 사드 부지 제공을 결정한 2월 27일부터 최근까지 명동·광화문·동대문 일대 호텔예약 취소 건수는 중국 정부의 발표 이전(2월20일~2월26일)와 대비한 결과 5%~최대 30%까지 늘었다.
특히 롯데호텔의 비즈니스급 브랜드 롯데시티호텔 명동은 예약 취소율이 매일 30%씩 빠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명동 중심부에 위치한 시티호텔 명동의 경우 그동안 중국 단체관광객이 중심을 이뤘던 터라 타격이 큰 편"이라며 "빠지는 중국 수요를 일본, 동남아 등으로 다변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비즈니스호텔인 이비스 버젯 동대문 호텔의 중국인 단체 예약도 모두 취소됐다.
호텔 관계자는 "전체 투숙객 중 절반 가량이던 중국인 비율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중국인 개별여행객도 하루에 평균 2~3건씩 예약이 취소되고 있다."고 전했다.
명동의 한 비즈니스호텔 호텔 관계자는 "사드 부지 결정 이후 중국 단체관광객을 태운 차량으로 북적이던 명동 거리가 한산하기만 하다."며 "그나마 양국 관계에 영향을 덜 받는 개별관광객으로 위안을 삼았지만 이번 중국 정부의 지침이 강력한 만큼 매출 타격도 클 것"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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