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유럽연합(EU) 탈퇴 개시를 통보할 수 있는 법안이 영국 의회 문턱을 넘었다. 빠르면 이달 말에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하드 브렉시트' 가능성을 염두에 둔 EU 역내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 협상 개시 법적 절차 완료..."빠르면 3월 말 개시 전망"
영국 일간 가디언 등 현지 언론이 13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영국 상원은 이날 정부가 제출한 EU 탈퇴 통보 법안을 원안대로 최종 통과시켰다. 앞서 EU 회원국 출신의 권리 보장 등을 담은 수정안을 놓고 하원과 이견을 보였으나 차례로 표결한 결과 모두 부결된 것이다.
이에 따라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승인만 받으면 메이 총리는 리스본조약 50조를 발동해 EU에 탈퇴 의사를 통보, 협상을 개시할 수 있게 됐다. 의회 승인이 있어야만 브렉시트 협상을 개시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결에 따른 것이다.
협상 개시 시기는 빠르면 이달 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빠르면 3월 초에는 브렉시트 협상을 개시하겠다는 당초 계산보다는 다소 늦어지긴 했지만 이달 내에 협상을 시작한다는 메이 총리의 목표에는 근접했다는 평가다. 또 오는 25일 EU 창설 60주년 기념식이 열리는 만큼 최소 26일 이후에 개시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협상 개시 조건이었던 영국 의회 내 의견이 표류하자 다소나마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EU 회원국들은 당황스런 기색이다. 리스본조약 50조가 발동되는 즉시 영국 정부 협상 대표와 EU 27개 회원국을 대표하는 EU 측 협상 대표가 곧장 협상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 하드 브렉시트 전망 속 '분담금', '단일시장 접근 범위' 난제
앞서 메이 영국 총리가 '하드 브렉시트(EU와 완전 결별)'를 전제로 한 브렉시트 전략을 발표한 만큼 EU 측의 입장 정리에 발등이 떨어진 상태다. 하드 브렉시트는 △ EU 단일시장 탈퇴 △ 포괄적이고 새로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목표 △ 관세동맹 탈퇴 △ EU 국민의 영국 유입 제한(유능한 이민은 항상 수용) △ 거액의 EU 기부금 납부 거부 △ 최종 합의는 상·하원 투표로 결정 등 6개 전략을 골자로 한다.
특히 EU 분담금 납부 부분에서 적지 않은 갈등을 빚을 전망이다. EU 측은 2014~2020년 EU 예산 계획 당시 영국이 회원국으로서 약속했던 만큼 약 600억 유로(약 73조 2700억 원) 상당의 지원금을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영국은 탈퇴가 확정된 만큼 거액의 기부금을 납부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새로운 자유무역협정협정 범위도 난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은 EU 단일시장을 떠난다면서도 새로운 FTA를 통해 최대한 접근하는 방식을 취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독일과 프랑스 등 EU 측은 EU 국민의 자유로운 이동 보장 등 대가를 치르지 않는다면 "영국에 유리한 협상은 없다"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어 마찰이 불가피하다.
리스본조약 50조에 따르면 EU를 떠나려는 회원국이 협상을 개시한 시점을 기점으로 최초 협상 시한이 2년으로 제한된다. 합의가 되지 않아도 2년이 지나면 자동 탈퇴되는 만큼 시장 예상대로 3월 말 협상이 개시된다면 영국은 빠르면 2019년께 EU를 탈퇴하게 된다. 다만 영국이 EU 경제에서 차지하는 영역이 적지 않은 만큼 교역, 관세, 이동의 자유 등 관계 재설정에 최소 5년이 걸릴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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