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헌법재판소의 파면결정에 불복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자택 정치’에 시동을 걸고 있다.
지난 12일 박 전 대통령이 삼성동 자택에 복귀한 후 친박 좌장인 서청원 의원을 비롯해 최경환, 이우현, 조원진, 윤상현, 김진태, 박대출, 민경욱 의원 등 친박 인사들로부터 영접을 받았고, 다음날인 13일에는 조원진 의원이 방문해 집안 상태를 점검하기도 했다. '거실이 추워서 힘들다' '발목을 다쳤다' 등의 박 전 대통령 근황을 전한 것도 조 의원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박 전 대통령을 보필하기 위해 친박 의원 8명이 각자 역할을 맡는 등 조직적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14일 박 전 대통령 자택에는 그동안 ‘올림머리’을 손질해왔던 정 모 원장이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이를 두고 박 전 대통령이 정치 활동을 재개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왔다.
당장 친박계 김진태 의원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친박 지지층 세 규합에 나섰다. 당선가능성보다는 박 전 대통령 구명 활동과 보수 세력 재결집을 포석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다.
검찰이 15일께 박 전 대통령 측에 소환 일정을 통보할 예정이어서 박 전 대통령은 이르면 이번주 검찰 포토라인에 피의자 신분으로 서게 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대통령으로선 친박 정치세력과 지지자들을 방패막 삼아 사활을 건 대응에 나서야 할 절박한 처지에 놓인 셈이다.
박 전 대통령 지지세력이 전열을 정비하고 삼성동 자택을 진지로 삼아 사실상 장외 투쟁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지세력인 '박근혜지킴이결사대'는 박 전 대통령을 지키겠다며 삼성동 집 주변에 한 달간 집회를 신고했다.
이 때문에 검찰이 본격 수사에 나서는 경우 피의자 소환 통보, 대면조사, 신병처리 결정, 기소, 형사 재판으로 이어지는 수사·사법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치권은 박 전 대통령의 '자택 정치'를 일제히 비판하며, 헌재 파면 결정에 승복하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바른정당은 이날 자유한국당내 친박계 의원들을 향해 '삼성동 십상시' '폐위 왕좌 찬탈' 등 원색적인 비판을 퍼부었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도 "역사의 퇴행"이라며 일제히 비판했다.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박 전 대통령 삼성동 자택으로 모이고 있는) 자유한국당 친박 의원들이 극우의 길로 가기로 결심한 것 같다”며 “헌법재판소 결정에 불복하고 거짓 사실을 유포해 수구 보수세력을 재결집하고 있다”고 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어 “(이는) 역사의 퇴행”이라며 “한국당 내에 친박 진영과 동거하는 어정쩡한 정치인들도 이제는 결별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도 “한국당 친박 핵심 의원들이 박 전 대통령을 보좌하는 팀을 구성했다”며 “헌재 판결 불복 논란에 이어 사저정치를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친박 의원들이 향후 대선정국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사저정치를 준비하는 것 같다”며 “국정농단으로 탄핵당해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은 친박세력이 실패한 대통령을 임금님 모시듯 싸고도는 것은 국민을 위한 길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박 전 대통령을 돕기 위한 친박계 의원들의 조직적인 정치재개 움직임에 “실체가 없다”며 선긋기에 나선 모양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그동안 대통령을 가까이서 모셨던 분들이기에 대통령이 사저로 돌아오셨는데 가서 인사하는 차원”이라고 부인했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당 구성원은 자중자애하고 국민의 마음을 살펴야 한다"고 밝히면서 박 전 대통령과 친박 의원들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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