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백의 차이나 아카데미] 대립의 'G2'에서 협력의 한미중 'C3'로 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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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3-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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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중관계는 겉으론 '대립', 속으론 '동업자'…과거 미소관계와 근본적으로 달라

  • 380만명 재미 화교는 미중 관계의 '부동액' 역할

  • 미국 '시장경제'를 취한 사회주의국가 중국

  • 미중 양자택일 아닌 한중일 공동협력해야

[강효백 경희대학교 법학과 교수]

흔히들 미·중 관계를 냉전시대 미·소관계와 비슷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은 그게 아니다. 'G2'(주요2개국) 시대 미·중관계는 겉으로는 대립 관계, 속으로는 동업자 관계이자 자본주의 공생체다. 미·중관계와 미·소관계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을 다섯 가지만 들겠다.

첫째, G2 양국 간의 세계관 차이다. 미국과 소련은 삼각형 세계의 ‘정점'(Top)을 놓고 제3차 세계대전 일보직전까지 치닫도록 치열하게 싸웠던 반면, 중국은 중화사상에 근거한 세계관, 즉 원형세계의 ‘중심(Core)’을 회복하려고 하고 있다. 상이한 세계관에서 비롯된 상이한 궁극적 국가목표를 가진 미∙중 초(超)강대국 사이에 직접적인 사생결단의 육박전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본다. 원형의 세계관에는 정점 자체가 없고, 삼각형의 세계관에서의 중심은 최고로서의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기실 두 초강대국의 직접적·전면적 무력충돌 발생은 곧 세계종말을 의미한다.

둘째, 미국은 중국 본토를 침략한 적이 없는 유일한 열강이다. 그만큼 중국은 미국에 대한 역사적 원한이나 피해의식도 없다. 지난 10년여간 각종 설문조사에서도 미국에 대한 중국인들의 호감도 순위 역시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념과 체제를 떠나 세계 13억 중국인이라면 누구나 국부(國父)로 부르던 쑨원(孫文)도 미국의 민주공화제를 모델로 삼아 아시아 최초의 공화국, 중화민국을 건국하였다. 중화인민공화국 초대주석 마오쩌둥(毛澤東)도 만년에 소련과 대립하고 미국을 가까이 하여 했다.(닉슨 미국 대통령, 1972년 2월 방중).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鄧小平)도 집권 직후 소련 대신 미국을 최우선 방문했다.(1979년 1월 방미)

셋째, 과거 미·소관계는“너 죽고 나 살자”라는 제로섬 게임의 정치·군사적 적대국 관계였던 반면, 미·중관계는 양국이 “내가 죽지 않기 위해 너를 살린다”의 상생해야만 살아남는 경제무역의 라이벌관계(상호간의 최대 채권채무국, 상호간의 3대 무역상대국)다. 정치…군사상의 전쟁과 경제·무역계의 경쟁이 다른 점이 바로 이것이다. 경제·무역계에서는 라이벌을 궁지의 절망상태로 빠져들게 하거나 씨를 말려서는 안 된다. 경쟁이긴 경쟁이되 유한경쟁이어야 하는 것이다.

넷째, 380만 재미 화교의 존재다. 이중 80만명 재미화교는 1970년대 미국으로 건너온 신(新) 화교다. 나머지 300만명은 19세기 후반 캘리포니아 '골드러시'로 몰려온 1인당 1달러의 육체노동자 '쿨리'의 후예들이다. 그들은 미국 횡단철도를 건설한 미국 서부개척사의 주역들로서 미국 사회에 뿌리 내린지 이미 오래다. 80만명 재미 신 화교는 의사·과학기술자·투자사업가·유학생과 그 가족들이 대부분이다. 현재 중국계 과학자 중 노벨상을 받은 여섯 명 전원은 미국 국적으로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 미국내 유수대학 학장 셋 중 하나가 중국계일 정도로 재미화교의 성장세는 눈부시다. 이들 미국 전체인구 1.2%의 실존은 냉전시대 미·소관계와 G2시대 미·중관계를 극명하게 가르는 주역이다. 이들 380만명 재미화교는 미국과 소련 사이에 없었던 미·중 양국관계의 동결온도를 저하시키는 부동액이자 방동제와 같은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끝으로, 중국은 이름만 사회주의국가일 뿐, 실제는 자본주의 경제체다. 지난 25년간 중국은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국시(國是)로 삼아 왔다. 앞의 '사회주의'는 악센트도 콘텐츠도 없는 '공정한', '공평한' 따위의 단순 소박한 '평등'의 동의어쯤으로 변질해버려 뒤의 주어 '시장경제'를 꾸며주는 수식어로 변질됐다. 사회주의를 마르크스 식으로 접근하는 목소리는 갈수록 잦아들었다. 중국의 핵심 브레인들은 미국의 힘은 자유경쟁에서 나온다고 분석하면서 중국 시장경제의 본질도 '자유경쟁'이어야 한다고 강조한 지 오래다. 중국은 미국의 풍만한 몸통에서 민주주의 '뼈'(정치제도)는 추려 버리고 자본주의 '살'(시장경제)을 취해 왔던 것이다. 시나브로 중국은 미국과 경제적으로 한 몸 같은 공생체가 됐다.

미국의 대중정책은 냉전 종식 이후 아래 네 가지 패턴을 보였다. 첫째, 기존의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부분별, 사안별로 제한된 갈등양상을 보였다. 둘째, 국가주의 성향의 공화당 집권때 미·중관계는 상대적으로 원만했다. 셋째, 대선 유세때는 강경하지만, 실제 집권 후에는 협력 관계로 선회했다. 넷째, 집권 초기는 긴장 관계로 출발, 중후반에는 긴밀해져 갔다.

원의 중심을 회복하려는 중국과 삼각형의 정점에서 내려오지 않으려는 미국, 이들 G2 접점에 위치한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21세기 글로벌 사회의 시공간의 중심축 대한민국은 미국과 중국이 세계를 대립적으로 쟁패한다는 뜻이 담긴 'G2'(Group Two)를 공동협력의 'C2'(Cooperation Two)로 변화시켜야 한다. 중심축 우호관계를 잘라버리는 가위의 사북, 분쟁의 중심축이 아닌 우호협력의 미풍을 불러일으키는 부채의 아랫머리, 즉 평화의 중심축 역할을 해야 한다. ‘대립의 미·중 G2’에서 ‘협력의 한·미·중 C3’로 세계를 이끌어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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