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정치권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정당들의 대선 주자들이 5월 조기대선을 앞두고 가계통신비 인하 카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계통신비 인하 공약은 대선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메뉴로, 대선판이 본격화되면 관련 이슈가 전방위적으로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이명박 정부시절에는 통신요금 20% 인하를 공약으로 내걸면서 기본료 1000원 인하가 이뤄졌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등을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결국 가입비 폐지가 실현되기도 했다.
통신업계는 가계통신비 인하 논의가 재점화됨에 따라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한 모양새다. 가뜩이나 가입자당 매출(ARPU)이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통신비 인하까지 더해져 실적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무엇보다 이통사들은 최근 '모바일월드콩그레스 2017(MWC 2017)'에서도 강조한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5G를 비롯해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차세대 기술 투자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이통사 설비투자(CAPEX) 목표는 KT 2조5000억원, SK텔레콤 2조원, LG유플러스 1조3500억원 등 5조8500억원으로 전년대비 1500억원 감소했지만, 이마저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얘기다.
이에 전문가들은 단순히 통신비 인하를 공약으로 남발해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은다. 제4차 산업혁명시대를 대비해 통신사업자들의 투자 유인을 제고하고, 글로벌 표준에 맞는 정부의 제도적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
김용재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통신정책그룹장은 "데이터 중심으로 변화된 통신이용환경을 고려해 통신서비스의 개념을 재정립해야 한다"며 "통신비를 단순 비용관점에서만 접근하지 말고 비용과 편익에 대해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현재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에 계류 중인 법안은 109개로 통합방송법과 단통법 개정안 11개 등이 포함돼 있다. 이 가운데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통신 정책인 단통법은 조기대선에서 다시 한번 도마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ICT소비자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4년 10월 단통법 시행 후 일반 소비자 75.3%는 가계통신비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통법 시행 후 가계통신비가 줄었다는 답변은 전체 11%에 불과한 반면, 변화가 없다는 답변이 48.2%로 가장 많고, 오히려 증가했다는 답변도 30.9%나 됐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