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첫 예산안 공개..하드파워는 늘리고 소프트파워는 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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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3-17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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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테네시 주 내슈빌에서 연설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안보 예산을 대폭 증대시킨 “하드파워(hard-power)" 집중 예산안을 공개했다. 대신 환경, 외교, 해외 원조 등의 예산은 급격히 줄어 관련 기관 및 단체로부터 반발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메리카 퍼스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예산 청사진’이라는 제목의 이번 예산안을 공개하면서 트위터를 통해 ”안전 없는 번영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WP) 등 현지 매체들은 의료·과학 연구나 민생 지출이 지나치게 축소됐다면서 이 예산안은 “미국을 더 멍청하고 더럽게 만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진=트럼프 개인 트위터 계정]


16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이 공개한 2017/18 회계연도 재량지출 예산안 제안서에 따르면 국방 예산은 10%나 증가했다. 그러나 국무부와 환경보호청(EPA)의 예산은 30% 가까이 급감했다.

우선 국방예산의 경우 시퀘스터(예산 자동 삭감 제도) 폐지를 통해 기존 국방비의 상한선보다 10% 늘어난 5740억 달러로 편성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군수물자 구매 및 장비 현대화 등 군비 전력 증강을 중심으로 예산이 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국방비 증액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지난달 24일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군대의 능력을 향상 시킬 것이며, 공격, 방어 모든 분야에서 더욱 크고 개선된 강력한 군대를 만들 것이다. 무력을 사용할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지만, 누구도 우리에게 감히 덤비지는 못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토안보 예산도 6.8% 증액을 제안했다. 대부분은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에 이용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에 장벽 건설비용을 부담하겠다고 했지만 멕시코 측의 반발로 일단 연방예산을 쓰기로 했다.

국방비 증액을 상쇄하기 위해 환경과 외교 예산은 급격히 축소됐다. 환경보호청 예산은 82억 달러에서 57억 달러로 31.4% 줄어들었다. 이대로라면 EPA 직원 3000여명의 감원과 50여개 환경 프로그램의 폐지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현지 언론들의 전망이다.

외교 예산도 해외 원조 부문에서 30% 가까이 삭감됐다. 여기에는 유엔 분담금도 포함됐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미국 정부가 유엔 분담금을 삭감한다면 유엔 활동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밖에도 노동부, 농업부, 보건복지부, 교통부, 상무부, 교육부의 예산도 10~20% 가량 모두 잘려나갔다.

특히 빈곤 퇴치나 재단 재원이 삭감되거나 폐기되어 저소득층이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립예술기금(NEA)과 국립인문학기금(NEH), 우드로윌슨센터 등 문화 예술계 지원도 대폭 줄어서 해당 단체로부터 큰 반발이 일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이 예산안이 그대로 의회의 승인을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전망했다.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 내부에서도 외교나 해외 원조 등 미국 “소프트파워” 기관들에 대한 예산이 지나치게 낮게 편성됐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미치 맥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국무부 예산이 이대로 의회에서 통과되기 어려울 것임을 시사했고 린지 그레이엄 사우스캐롤라이나 공화당 상원의원 역시 이 예산안은 미국을 더 안전하게 만들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에 공개된 예산안은 미 연방정부 총예산 약 4조 달러(약 4천700조 원) 가운데 1조 달러 규모의 재량지출(discretionary spending)에 관한 것이다. 나머지는 법률 등에 의해 집행되는 의무지출로 전체적인 예산안은 5월께 추가로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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