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리커창 중국 총리의 인사 “기회 있을 때 또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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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3-20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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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 총리 15일 전인대 기자회견 인사에 외신 '실각설' 대거 보도

  • 정황상 의례적인 평범한 인사, 확대 해석은 문제

리커창 중국 총리는 15일(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 후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고 국내외 이슈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사진=연합뉴스]


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기회가 있을 때 또 봅시다(유지후이짜이젠·有機會再見)”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지난 1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식 후 기자회견에서 이 한 마디로 모든 일정을 마무리했다. 

당시 오전 10시 30분께(현지시간) 시작된 기자회견은 두 시간이 넘게 이어졌고 오후 12시 40분에야 끝이 났다. 리 총리를 비롯한 관계자가 일어나 나가려는 데 기자들의 질문이 쇄도했다. 리 총리는 일어선 채로 짧게 추가 질문에 대답했고 이어 "다오츠판스젠러, 유지후이짜이젠(到吃飯時間了, 有機會再見 식사 시간이다, 기회 있을 때 다시 보자)"라고 인사한 뒤 퇴장했다. 지극히 평범한 인사였고 리 총리의 얼굴에도 웃음이 가득했다.

하지만 파장은 컸다. 외신을 중심으로 자신의 정치적 운명을 예감한 리 총리가 작별인사를 하고 떠났다는 추정 보도가 쏟아진 것이다. 물론 한국 언론도 예외는 아니었다.

왜 이렇게 지극히 평범한 인사가 리 총리 실각설의 근거가 됐을까. 홍콩, 서방매체 등은 "기회가 있다면"이라는 문구를 주목했다. 이는 과거 “감사합니다”, “내년에 다시 만나길 바랍니다” 등의 인사와 확연히 다르다며 이제 만날 기회가 없을 수 있음을 암시했다는 것이다.

'유지후이짜이젠(有機會再見)'은 중국에서 상대적으로 서먹하거나 언제 만날지 알 수 없는 상대에게 흔히 쓰는 인사다. 또, 일반적으로 이는 "다음에 보자"라는 말로 번역된다. 물론 상황과 상대, 말의 뉘앙스에 따라 '만날 기회가 있다면'이라는 부분을 강조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리 총리의 인사는 큰 의미없는 "다시 만나자"에 가까웠다는 게 기자의 판단이다. 

최근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빠르게 권력을 강화하고 ‘시핵심(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한 당중앙)’이라는 문구가 곳곳에 등장하면서 외신을 중심으로 시 주석 1인체제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고개를 들었다. 리 총리가 곧 총리직을 내놓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러한 분위기를 타고 리 총리의 평범한 인사가 총리직을 떠나기 전 마지막 작별인사로 해석된 것이다. 

특이할 것 없는 발언과 행동을 굳이 원하는 대로 해석해 원하는 추측의 근거로 삼는 것은 주관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한 중국인도 리 총리 관련 최근 보도에 대해 "언론의 해석이 지나친 것 같다"며 고개를 저었다. 

물론 가능성은 있다. 올 가을 당대회에서 주요 인선이 교체되고 그 속이 리 총리의 이름이 포함될 수 있다. 권력의 저울이 시 주석에게 기울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모두 확실한 근거가 없는 추측일 뿐이다.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과장하거나 주관적으로 해석한 보도를 쏟아내면 대중의 왜곡된 판단과 편견을 낳을 수 있어 위험하다.

최근 글로벌 정세가 날로 복잡해지고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이렇게 어려운 시기일 수록 객관성을 유지하고 확인된 사실과 추측을 명확하게 구분해 전달하는 자세가 더욱 필요하지 않을까. 반성과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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