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첫 중국 방문에서 미·중 간 우호 관계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상호 존중'이라는 표현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중국에서는 양국 관계 증진의 신호탄이라는 기대가 나온 반면 미국에서는 '굴욕 외교'라며 부정적 평가로 언급되고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9일(현지시간) 공개한 '틸러슨은 첫 중국 데뷔전을 통해 중국에 외교적 승리를 안겨주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틸러슨 장관은 방중 기간 동안 중국 지도부와 함께 건설적이고 '결과 지향적인' 관계 구축을 위해 노력했다"면서 "그로 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환대를 받았다"고 평가했다.
이는 그동안 트위터를 통해 중국을 강력하게 비난해 왔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달리 틸러슨 장관이 자극적 발언을 삼가면서 지나친 배려를 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틸러슨 장관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의 회담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갈등과 대립을 피하고 상호 존중, 상생의 정신에 따라 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언급했다.
틸러슨의 발언 가운데 도마에 오른 것은 '상호 존중'이라는 표현이다. 이는 상대방의 '핵심 이익'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중국의 캐치프레이즈로 통한다. 대만, 티베트, 홍콩 문제 등과 더불어 남중국해를 둘러싼 영유권 분쟁 등 중국의 문제에 미국이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진 칸룽 중국 인민대학 미·중 관계 전문가는 "그동안 중국이 강력히 주창해온 이 표현을 미국은 꺼려왔다"면서 "이번 틸러슨 장관이 언급했다는 것만으로 중국에서 매우 환대 받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의 국가안보 부보좌관을 지낸 엘리 래트너는 트위터를 통해 "틸러슨 장관이 중국 정부의 캐치프레이즈를 그대로 따라한 것은 큰 실수이자 기회 상실"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보니 글레이저 중국 전문 연구원도 "양국 관계를 설명할 때 미국은 중국의 표현을 그대로 사용하기보다는 미국의 독자적인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며 "중국의 '상호 존중'이라는 표현을 언급함으로써 미국은 사실상 '관련 이슈에 관한 중국의 타협 불가 입장을 수용한다'고 밝힌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반면 중국 언론은 틸러슨 장관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잇따라 내놨다. 특히 틸러슨 장관이 한국에 배치하기로 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와 더불어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관·기업까지 제재 부과)'의 가능성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와 영문판인 글로벌 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틸러슨은 북한의 핵 개발 포기를 위한 미·중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한국의 사드 배치에 대한 합법성은 설명하지 않았다"며 "기존 우려와 달리 틸러슨의 이번 방중을 계기로 양국 간 긍정적 신호를 얻게 됐다"고 평가했다.
중국신문망(中國新聞網)과 관영 신화통신도 "왕이 외교부장과 틸러슨 장관이 중국과 미국의 북핵 문제 대응에 대한 인식을 같이하는 등 양국 간 협력을 강조했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