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도 전자기기 기내 반입 제한" 하늘길 통제하는 테러 대책에 중동·아프리카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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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3-22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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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동 6개국 14개 항공사 대상으로 영국 직항 내 전자기기 반입 금지

  • 높아진 테러 대응 수위에 터키·이집트 등 반발 움직임

[사진=연합/AP]


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영국 정부가 미국에 이어 중동 등 6개국에서 영국을 오가는 항공편을 대상으로 랩톱 등 전자기기의 기내 반입을 제한하기로 했다. 차별적인 대응 수위에 터키, 이집트 등이 반발하고 나선 가운데 미국 내에서도 이번 조치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 미국 이어 영국도...'일정 규격' 넘는 전자제품 기내 휴대 금지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 외신이 21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영국 교통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중동 6개국(터키·레바논·이집트·사우디아라비아·요르단·튀니지)에서 영국으로 오는 항공편에 대해 랩톱, 태블릿 등 전자기기의 기내 반입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의 적용 대상은 영국 국내외 14개 항공사다.

이번 조치에 따라 이들 항공사의 기내에서는 반입 가능 규격(16.0cm x 9.3cm x 1.5cm)을 넘는 태블릿이나 PC 등 전자기기를 반입할 수 없게 됐다. 기내에 반입되지 않는 제품들은 화물용 수하물에 부쳐야 한다. 다만 대부분의 휴대폰 기종과 의료기기는 기나 반입을 허용하기로 했다.

영국 정부는 "이번 조치로 승객과 항공사에 혼란이 생길 수도 있지만 최우선 과제는 영국 국민의 안전 확보"라고 밝혔다. BBC 등 현지 언론들은 새로운 테러 대책을 마련한 미국 정부와의 긴밀한 연락을 통해 영국 정부가 이 방침의 도입을 결정했다고 분석했다.

앞서 미 국토안보부는 중동·북아프리카 이슬람권 8개국(요르단·이집트·터키·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모로코·카타르·아랍에미리트)의 10개 공항을 오가는 9개 항공사의 미국 직항편에 전자기기의 기내 반입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랩톱과 태블릿, 카메라 등 대부분의 전자 기기를 반입 금지하되 휴대폰은 예외로 뒀다.

◆ 터키 즉각 반발...테러 대응 효과에 의문 제기도 

이번 조치에 대해 미 국토안보부는 "최근 정보에 따르면 민간 항공기를 표적으로 삼고 다양한 소지품에 폭발 장치를 숨기려는 테러리스트들의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며 통제 배경을 밝혔다. 미국 정부는 △ 2015년 이집트 상공에서의 러시아 여객기 폭발 △ 2016년 소말리아 항공기 격추 시도 △ 벨기에 브뤼셀과 터키 이스탄불 공항 내 테러 등을 위협 사례로 들었다.

프랑스 니스 트럭 테러 등 일상과 가까워진 테러 위협에 대응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슬람권 국가 등 일부 국가를 겨냥했다는 점에서 반발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터키 정부는 미국과 영국의 테러 대응책에 대해 승객에게 불편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해 철회하거나 완화해야 한다고 호소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당장 미국 내에서도 테러 대응 효과에 대한 의문이 나오고 있다. 항공기를 활용한 테러에 대비한다면서 소수 중동국가 소속 항공편에만 기내 반입 조치를 적용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중동권 공항 외에도 미국행 비행기를 탈 수 있는 국제공항이 많다는 점도 테러 대응의 구멍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이슬람국가 출신의 미국 출입을 금지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이 법원 문턱을 넘지 못하자 우회적으로 중동 국가를 통제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음모론도 나온다. 전자기기 반입 여부를 젖ㅁ검하기 위해 출입국 과정에 많은 시간과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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