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은 ‘인류문명 발전의 대변혁’이다. 기계가 사람들을 대신해서 일을 하고 사람들은 새로운 문명 체계를 생각하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의 요체다”
아주경제가 주최한 ‘2017 아시아태평양 금융포럼’ 이튿날인 22일 이필상 서울대 겸임교수는 특별강연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은 단순한 연구개발(R&D)를 넘어 국가 차원에서 준비해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전 방위적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이 교수는 강조했다.
모두들 4차 산업혁명을 말한다. 그러나 그 실체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해 왔던 ‘창조경제’처럼 모호하게 들린다. 지금까지의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설명은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등 첨단 기술에 대한 것이 전부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 짧게 요약해서 정보통신기술(ICT)의 융·복합으로 정의되고 있다. 이러한 정의 역시 모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차에 이날 이 교수가 갈파한 ‘4차 산업혁명을 문명사적 대변혁’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은 백번 옳고 공감이 가는 대목이었다.
클라우스 슈밥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 회장도 자신의 저서 <제4차 산업혁명>(새로운현재, 2016) 서문에서 “결국에는 이 모든 것이 사람의 가치로 귀결된다. 우리는 미래를 만들되 사람을 제일 우선으로 하고 사람에게 권한을 위임함으로써 미래가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지적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우리가 상식적으로 이해하듯 ICT가 아니라 그것을 가능케 하는 ‘사람’ 혹은 ‘인간’이라는 깨달음에 이르도록 도움을 준다.
그런 깨달음에 기초해서 보면 우리나라 역시 외래로부터 수입된 4차 산업혁명이지만 우리 것으로 체화할 수 있는 자원(資源)이 무궁무진하다.
종교적인 측면에서 볼 때 불교는 인도에서 생겨나 중국을 통해 우리나라로 수입된 외래 종교였으나 우리 특유의 선불교로 정립시켜 주변국인 일본에 전파하고 지금은 중국으로 역수출하고 있다. 가톨릭도 다른 나라와 달리 로마교황청으로부터 온 신부님에 의해 전파가 된 것이 아니라 자생적으로 생겨나 큰 교세를 이뤘다. 기독교의 경우 비록 이단 논란이 있지만 자생적인 교파가 우리나라처럼 많은 나라도 찾기 힘들 것이다.
신을 중심으로 하든 인간을 중심으로 하든, 종교에 대한 여러 가지 접근과 정의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종교는 사회를 지탱하는 든든한 버팀목역할을 하고 있다. 그 버팀목의 기본은 충일한 믿음과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단 종교적인 측면 뿐 아니라 우리의 기록 문화는 다른 나라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 등은 우리 민족의 우수한 기록 정신을 보여준다.
이러한 역사와 문화유산이야말로, 외래종인 4차 산업혁명을 우리가 주도할 수 있는 충분한 밑거름으로 작용하는데 바탕이 될 것이다. 4개월 넘게 1600만 명이 광장에 나와 평화적으로 촛불을 높이 든 ‘시민정신’ 역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우리나라는 국력, 군사력이나 경제력 등으로 세계를 호령한 제국으로서의 역사를 갖지 못했지만 문명사적으로는 충분히 제국의 역량을 길러왔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필상 교수는 또 “경제의 핵무기는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도 북한 핵에 맞서 핵무기를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한반도 비핵화 실천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군사적인 핵무기를 보유하기 보다는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핵무기’를 보유하기 위해 전 방위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이 교수의 지적은 울림이 컸다.
이번 ‘장미대선’에는 ‘경제적인 핵무기’를 만들겠다는 후보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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