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이필상 교수 "주력 산업 줄줄이 부실…新시장경제 구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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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17-03-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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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들 경쟁력 잃은 산업 안고 쓰러지는 모양새

  • 박근혜 정부, 성장 동력 창출해야 할 때 부동산 시장 과열시켜 가계부채 급증

이필상 서울대 교수는 최근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정경유착을 기반으로 급성장한 대기업이 한국 경제 성장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나 이제는 스스로 경쟁력을 잃었다”며 “중국 경제가 부상하면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경쟁력을 잃은 주력 산업을 안고 쓰러지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아주경제 윤주혜 기자 = "우리 경제는 시장경제라는 큰 틀 안에서 고속 성장했다. 하지만 시장경제의 기본 원칙과는 거리가 있었다. 사이비 시장경제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경제가 앞으로 다시 도약하려면 정치, 정부, 산업, 노동, 교육 등 각 부문을 개혁해서 새로운 시장경제를 구축해야 한다."

이필상 서울대 교수는 고공행진 중인 가계부채부터 뿌리 깊은 정경유착까지 한국 사회 전반에 산재해 있는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짚으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교수는 박근혜 정부 실세들의 국정 농단으로 촉발된 촛불집회가 나라 발전의 새 틀을 마련하는 새로운 전환점이 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한국 민주주의가 발전했다고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서 비선세력의 국정 농단, 재벌기업의 비리행위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며 "이러한 부정부패의 근본 원인은 정경유착이고 기업들이 정치권력에 의존해서 특혜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경유착 척결을 위해서는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연결 고리를 끊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대기업 수출 중심의 산업구조 한계 직면 

이 교수는 대기업 중심의 경제시스템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경제가 양극화되고 있다. 대기업이 시장을 지배하기 때문에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들이 창의적인 활동을 하고 성장동력을 찾는 게 어렵다"며 "경쟁 논리에 따라 이뤄지는 시장경제 체제로 바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 50년간 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조선, 석유화학, 철강 등의 주력 산업을 계속 고집해서는 한국 경제가 제2의 도약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기업 수출 중심의 산업구조가 한계에 부딪혔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정경유착을 기반으로 급성장한 대기업이 한국 경제 성장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나 이제는 스스로 경쟁력을 잃었다"며 "중국이 급부상하면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경쟁력을 잃은 주력 산업을 안고 쓰러지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해운, 조선, 석유화학, 철강이 줄줄이 부실화되고 있고 대기업이 과거에는 성장의 주역이었으나 지금은 경제를 붕괴시키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며 "우리 경제가 무엇을 해서 먹고살 것인지에 대한 고민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 부실 기업 구조조정 없이는 미래 산업 발전도 없어 

그는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는 두 가지를 서둘러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나는 부실기업을 구조조정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정한 경쟁을 하면서 4차 산업혁명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특히 이 교수는 구조조정에 대한 생각을 밝히면서 대우조선해양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대우조선해양은 대표적인 부실기업이다. 어떤 이유로 부실화됐는지, 또 어쩌다가 국민의 혈세를 퍼부었는지에 대해서 철저히 원인 규명을 해야 한다"며 "이렇게까지 사태를 끌고 온 책임자를 확인하고 향후 대우조선해양과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전문가들과 논의해 퇴출시키는 게 낫다면 퇴출시켜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과감한 산업 재편과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서 경쟁력을 지닌 새로운 산업으로 탄생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 22일 아주경제가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개최한 '제10회 아태금융포럼' 강연에서도 이 교수는 이와 비슷한 의견을 내비쳤다.

그는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없이는 미래 산업의 발전이 없다. 구조조정을 과감하게 해야 하는데 정부, 금융기관, 기업 등 이해관계자들이 구조조정을 하라고 하면 본인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 자꾸 구조조정을 뒤로 넘긴다"고 비판했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4조2000억원을 퍼부었으나 또다시 위험하다. 23일에 엄청난 규모의 정부 지원책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국민 혈세를 쏟아넣는 구조조정이라면 부실의 암 덩어리를 키워 생명을 단축시키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산은과 정부는 지난 23일 국책은행뿐만 아니라 시중은행과 회사채 투자자도 채무 재조정에 참여해야만 대우조선에 신규자금 2조9000억원을 지원하는 추가 경영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 급증한 가계부채…원인은 박근혜 정부

한국 경제에 대한 그의 비판은 멈추지 않았다. 사상 최악의 실업률, 고공행진 중인 가계부채에 대해서도 말을 아끼지 않았다.

이필상 교수는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되는 13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의 원인을 제공한 것은 박근혜 정부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4년간 경제 구조개혁을 통해서 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게 급선무였으나 (박근혜 정부는) 부동산을 살려 경제를 일으키겠다면서 부동산 시장을 완화했다"며 "결국에는 부동산 과열 정책 부작용으로 박근혜 정부 때 가계부채가 폭증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가계부채 차주의 특성을 파악해서 각 특성에 맞는 대책을 마련하고, 무엇보다 생계비를 대출한 저소득층의 상환 부담을 완화하도록 상환 기간 연장 등을 통해서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경제를 살려 저소득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유일호 경제팀에게 조언도 했다.

이 교수는 "최순실 사태가 터진 뒤 국정 공백 사태나 마찬가지였는데 그 과정에서 유일호 경제팀이 문제를 진단하고 올바른 정책을 폈는지 의문이다"면서 "미국 기준금리 인상,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 중국 사드 보복, 북한 핵 개발 등 여러 문제가 산재해 있는 긴박한 상황에서 안일하게 시간만 낭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우리 경제의 '4월 경제위기설'이 나오고 있는데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면서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우리 경제를 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야 하지만 부족해 보인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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