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국내 석유화학사들이 올해 인수·합병(M&A) 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지난해 시황 호조로 최고 실적을 기록하며 실탄을 두둑히 마련한 데다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도록 사업을 다각화하기 위해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LG화학,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 등은 최근 주주총회에서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인수·합병(M&A)을 내세웠다.
포문은 화학업계 맏형인 LG화학이 먼저 열었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주총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기업을 성장시키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M&A"라며 "사업 전략에 부합하는 좋은 물건이 있으면 계속 (M&A를) 하겠다"고 말했다.
LG화학은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차원에서 바이오 사업 진출을 위해 지난해 4월 동부그룹으로부터 팜한농을 인수했으며, 올해 초에는 LG생명과학을 흡수합병한 바 있다.
지난해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하며 롯데케미칼의 성장을 이끌었던 허수영 롯데그룹 화학 BU장 역시 M&A에 대해 강조했다. 허 BU장은 "사업 다각화, 해외 진출을 통해 사업 영역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M&A를) 항상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롯데케미칼이 최근 주총에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총액 한도를 7배가량 확대한 것도 M&A를 겨냥한 포석으로 업계는 해석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초 미국 다우케미칼의 에틸렌 아크릴산(EAA) 사업을 인수하는 등 적극적인 M&A 행보를 예고한 상태다. 알루미늄 포일이나 폴리에틸렌 등 포장재용 접착제로 주로 사용되는 EAA는 기능성 접착수지 중 하나로 고부가 화학제품으로 꼽힌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주총에서 "성장전략에 부합하는 글로벌 M&A 기회를 꾸준히 모색하고 있다"며 "일류 에너지·화학기업 도약을 위해 밸류 중심의 성장 투자 및 M&A를 적시에, 과단성 있게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받은 금호석유화학도 사업구조 변경을 위한 M&A 의지를 드러냈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정체돼 있는 매출을 증대시키고 사업영역을 확대함은 물론 탈범용으로 사업구조 변경을 가속화하기 위해 전략적 사업제휴 및 M&A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석유화학업체들이 기존 사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외치고 있는 만큼 M&A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유럽과 일본 업체들이 국내 석유화학업체들보다 앞서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 점을 감안하면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신규 설비투자나 연구·개발(R&D)보다 M&A가 효과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M&A를 통한 성장에는 난관도 뒤따른다. 최근 진행된 싱가포르 주롱아로마틱스(JAC) 인수전에서 롯데케미칼과 한화토탈이 고배를 마신 데 이어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종합화학도 중국 상하이세코 인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범용제품의 경우 진입 문턱이 낮아 업체 간 경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데다 시장 사이클 주기가 짧아지고 있어 기업들이 고부가가치화에 중점을 두고 M&A를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업계 전반적으로 M&A에 주목하고 있는 만큼 경쟁도 심해져 어려운 싸움이 될 것 같다"고도 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