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기업들, 잠재력 높은 이란 시장으로 적극 진출..미국은 주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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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3-28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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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EPA=연합]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이란 핵협상 이후 경제 제재가 풀리면서 유럽과 중국을 중심으로 해외 기업들이 앞다퉈 이란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반면 미국 언론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와 이란의 관계 악화 속에서 미국 기업들만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나온다.

◆ 유럽과 중국이 선두주자 

2015년 이란의 핵협상 타결과 함께 경제 제재가 해제된 뒤 이란은 해외 기업들과 함께 수십 개의 개발 프로젝트와 거래를 추진하고 있다. 

유럽 업체들이 가장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영국의 이동통신업체인 보다폰은 이란의 회사와 합작하여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 사업을 시작했다. 영국-네덜란드 합작법인인 로열더치셀은 이란과 에너지원 개발을 위한 가계약을 체결했고 독일 지멘스도 이란의 철도 및 전력 프로젝트 관련 계약을 체결했다. 

프랑스 자동차회사인 푸조는 지난 6월 이란의 코드로와 4억 유로(약 4800억원) 규모의 합작벤처를 설립하고 이란 현지에서 내년까지 연간 20만대 자동차를 생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미 이란에서 푸조와 르노의 자동차 판매량은 급증하고 있다. 르노의 경우 2월에 이란에서 자동차 1만5230대를 팔았다. 작년에 비해 175% 뛰어오른 수치다. 스웨덴의 자동차 생산업체 스카니아는 이란으로부터 트럭 1350대 공급 계약을 맺었다. 

아시아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중국은 이란이 제재를 받고 있던 당시부터 서서히 입지를 다졌고 이란 제재가 해제된 이후에는 활동의 폭을 크게 넓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석유화학공사의 경우 프랑스의 토탈과 함께 이란의 주요 가스전 개발을 위한 예비협약을 맺었다. 

금융 부문에서는 스탠다드차타드나 BNP파리바와 같은 글로벌 대형 은행들이 여전히 제재를 우려해 이란과의 거래를 꺼리는 데 반해 그 틈을 중국이나 유럽의 중소형 은행들이 파고들고 있다.

그 결과 이란에서 정부 승인된 외국인직접투자(FDI)는 2015년 12억6000만 달러였지만 작년에는 110억 달러(약 12조 2400억원)까지 치솟았다. 이란 상공회의소의 페드람 솔타니 부회장은 핵협상 타결 이후 작년 한 해 200개 이상의 기업 대표단이 이란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WSJ은 최근 테헤란의 고급 호텔 로비는 이란 기업들과 접촉하는 외국인들로 북적거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물론 이란 시장이 장밋빛 미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부정부패가 심각하고 은행 재정이 부실하며 실업률이 높다는 등의 단점도 있다. 그러나 이란 경제는 올해 3월까지 회계연도 하반기 성장률이 7.4%에 이를 정도로 급속 성장하고 있으며 소비자 지출도 빠르게 증가하는 등 결코 그 잠재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 미국-이란 관계 악화 속 美 기업들은 주춤   

미국 기업들의 이란 진출은 상대적으로 주춤하다. WSJ과 CNN머니 등 미국 매체들은 미국 기업들이 8천만 인구를 보유한 잠재력이 높은 이란 시장을 해외 경쟁사들이 선점하면서 수익성이 높은 거래들을 뺏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과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재무부로부터 특별 허가를 받아야 하는 미국 기업들은 이란 진출에 높은 경계심을 나타내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애플에 2013년 개인용 통신 기계를 수출해도 된다고 허가했지만 애플은 은행이나 법적 문제를 들어 이란 시장 진출 계획을 철회했다. 포드와 제네럴모터스 등 미국 자동차 업체들은 핵협상 후에도 이란 진출에 나서지 않고 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함께 이란과의 외교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것도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유세 당시부터 핵협상 파기 등을 언급했으며 지난달에는 이란의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된 기업과 인물에 경제 제재를 가하기도 했다. 이란 역시 이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26일(현지시간) 레이시언, 매그넘리서치 등 미국 방산업체들을 포함한 15개 미국 기업에 대해 이란과의 거래를 금지하고 이란내 자산을 동결시키기로 했다. 

상황이 이렇자 미국 기업의 이란 진출은 고사하고 따 놓은 계약마저 파기될 수 있다는 경고마저 나온다. 지난해 미국 항공기 제작사 보잉은 이란에 166억 달러 규모로 80대 항공기를 공급하기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는 이란에 대한 서방의 제재가 완화된 가운데 상징적인 거래 중 하나였다. 그러나 최근 양국의 관계 악화로 최종 판매까지 많은 난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CNN 머니는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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