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부실 경영 논란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도시바가 거액 손실을 냈던 미국 자회사 웨스팅하우스(WH)에 대해 파산 신청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사업 매각을 위한 1차 입찰이 마감된 가운데 업계에서는 도시바의 반도체 메모리 사업 정비를 앞두고 기술 유출 우려도 나오고 있다.
◆ 도시바, 리먼·GM 이어 미국 내 파산 신청 승인
마켓워치 등 외신이 29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도시바 이사회는 미국 연방 파산법 11조에 의거, 웨스팅하우스 파산 보호 신청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 공사 비용 증가 등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추가 손실을 방지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로 보인다.
도시바는 현재 웨스팅하우스에 대해 약 8000억 엔 규모의 채무 보증을 실시하고 있다. 웨스팅하우스가 미국에서의 원전 공사를 완료하지 못하고 위약금을 지불할 수 없는 경우 도시바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다. 그동안 도시바 임원들 사이에서는 원전 사업을 통한 거액의 손실이 전망되자 파산 신청 등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었다.
미 연방 파산법 11조에서는 경영난에 빠진 기업에 한해 채무 상환을 잠정 유보할 수 있게 해 사업을 재건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동안 미 연방 파산법 11조의 적용을 신청한 주요 기업들로는 증권사 리먼 브라더스(2008년 9월)와 자동차기업 제너럴모터스(2009년 6월), 아메리칸항공(2011년 11월) 등이 있다.
도시바는 세계적으로 원전 수요가 확대되던 지난 2006년께 미국 대형 원자력 플랜트 기업인 웨스팅하우스의 지분 77%를 보유하면서 자회사로 인수했다. 그동안 원전 사업 실적을 비공개 전환해왔던 도시바는 2월 초 원전 사업 분야 손실 규모가 7000억 엔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발표, 시장에 충격을 줬다.
◆ 반도체 매각 1차 입찰 마감...도시바, 업계 2위 자존심 지킬까
도시바는 파산 신청과 더불어 반도체 메모리 사업을 분사한 뒤 4월 1일 '도시바 메모리'를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매각으로 1조 엔(약 10조 189억 원)을 조달하면 채무 초과 상태를 조기 탈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새로운 회사의 사업 가치는 1조 5000억 원에서 2조 엔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 신문 등 일본 현지 언론의 29일 보도에 따르면, 도시바는 핵심 사업으로 꼽혀 온 낸드(NAND) 플래시 메모리 사업의 매각을 앞두고 이날 1차 입찰을 마감했다. 낸드 플래시 메모리는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사이버 보안 등 IT 기반 혁신을 추구하는 제4차 산업 혁명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도시바는 낸드 플래시 메모리 부문에서 세계 시장점유율 2위에 올라 있다. 3위에 오른 미국 웨스턴디지털과 제휴 관계를 통해 메모리를 공동 생산하고 있다. 업계에서 반도체 매각에 따른 기술 유출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29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도시바는 반도체 사업의 분사화의 승인을 요구하는 임시 주주 총회를 30일에 연다는 계획이다. 파산법 적용 신청을 둘러싸고 도시바 주주들이 책임을 완수해야 한다는 내용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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