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금융당국과 채권단에 따르면 대우조선의 최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날부터 시중은행, 회사채 보유자 등 채권자들에게 대우조선 실사 보고서를 공개한다.
실사 보고서는 삼정회계법인과 법무법인 태평양이 작성한 것으로, 대우조선에 2조9000억원의 신규 자금을 투입한다는 추가 경영정상화 방안의 근거가 됐다. 영업 관련 주요사항이 담기는 점을 고려해 요약본이 공개될 가능성이 높다.
대우조선에 대한 실사 결과는 지난 23일 대우조선에 대한 추가 자금지원 방안 발표 때 일부 공개됐다. 실사 법인은 대우조선의 올해 수주가 20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회사 측이 제시한 목표치(55억원)보다 훨씬 낮다.
내년 수주도 54억 달러에 그처 부족자금은 최대 5조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를 바탕으로 금융당국과 산은은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만기를 연장해 1조5500억원을 채우고, 채권 이자율은 3%대에서 1%로 낮춰 이자비용 3000억원을 절감하는 계획을 세웠다.
여기에 2015년 10월 지원을 결정한 4조2000억원 중 남은 4000억원을 쓰면 대우조선이 신규 자금을 2조9000억원만 지원받아도 위기를 넘길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시중은행과 회사채 기관투자자들은 보고서를 살펴봐야 출자전환 동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특히 국민연금을 비롯한 회사채 투자자들이 보고서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대우조선 분식회계가 드러나기 이전의 재무 자료를 보고 투자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 회사채 3900억원(29%)을 보유한 국민연금은 지난 28일 대우조선 채무 재조정안을 논의하기 위한 첫 실무회의를 열었지만, 찬·반 입장을 결정하지 못하고 산업은행에 추가 자료를 요청했다.
국민연금은 오는 31일 투자관리위원회를 열어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시중은행이나 회사채 투자자가 요구할 경우 필요한 실사 자료를 당연히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 회사채 투자자들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금융당국은 현대상선 구조조정 때도 사채권자들의 채무 재조정을 법정관리를 피하기 위한 전제 조건 중 하나로 뒀었다. 사채권자들은 회사채 50%를 출자전환하고, 나머지는 만기 2년 연장·3년 분할상환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현대상선은 출자전환 당시 일반공모 방식을 택해 회사채 투자자들이 주식을 시가보다 30% 낮은 가격으로 받을 수 있었다. 이는 공모 가격과 방식 측면에서 대우조선보다 훨씬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우조선은 회사채를 주당 4만350원에 주식으로 바꿔주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는데, 이는 지난해 7월 14일 대우조선이 분식회계 혐의로 거래가 정지된 날의 가격에서 10%를 깎은 금액이다.
게다가 대우조선은 분식회계 의혹으로 지난해 7월 주식 거래가 정지돼 현금화가 어렵다. 금융당국이 올해 9월 주식 거래 재개를 목표로 내걸었지만, 수년 간의 영업손실과 어려운 업황으로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채권평가 금액의 감액도 예상해야 한다. 결국 회사채 투자자들이 출자전환 채권의 상당 부문을 손해봐야 하는 셈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출자전환 이후 대우조선이 채권단 계획대로 정상화된다 해도 회사채 회수율이 57∼59%에 그칠 것으로 추정했다. 또다시 위기가 닥칠 경우 회수율은 12∼22%로 봤다.
대우조선이 단기 법정관리인 P-플랜(Pre-packaged Plan)에 들어가고, 선수급 환급 요구(RG콜)가 전액 들어오는 최악의 상황에서 회수율은 1.76%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됐다.
회사채 투자자들은 대우조선이 언제 정상화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선택의 기로에 섰다. 회사채 50%의 만기를 유예해주더라도 앞으로 추가 부족자금이 발생하지 않아야 원금 상환이 가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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