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한국경제가 수출과 내수 모두 상승하는 '쌍끌이' 성장 가능성을 보이며 향후 경제 흐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경제의 근간인 수출이 살아나고, 생산과 투자도 확대되고 있다. 그간 엇박자 행보를 보인 내수도 상승세로 전환,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전망치를 내놓는 일부 기관들 역시 세계경제 회복과 수출 호조 등을 근거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단, 대우조선해양 등 산업 구조조정, 미국의 환율보고서 발표와 금리 인상,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등 국내외 불확실성이 암초로 남아 섣불리 경기 회복세를 점치기는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수출 증가세에 힘입어 경기 저점은 탈출했다면서도 사드보복 문제, 대우조선해양, 가계부채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 수출·내수 쌍끌이 성장···경제전망치 상향 조정 속속
수출이 살아나고 내수도 회복 조짐을 보이자 한국경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바뀌고 있다. 3월까지 한국 수출은 지난해 11월부터 5개월 연속 증가세에 3개월 연속 두 자릿수 급증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수출이 살아나자 생산도 늘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3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2월 전 산업생산은 전달보다 0.4% 감소했지만, 설 연휴 변수를 제외한 1∼2월 전 산업생산은 1.0% 증가했다.
반면 내수는 이에 박자를 맞추지 못하고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2월 소비가 큰 폭으로 늘어나며 수출 회복의 파급효과가 내수까지 이어졌다.
수출과 내수의 쌍끌이 성장이 예상되자 봄바람이 담긴 경기 전망치도 속속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의 3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6.7로 집계돼 두 달 연속 상승, 작년 10월(102.0)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경기와 생활형편 상황, 향후 전망을 반영하는 지수도 모두 전월보다 올랐다.
기업의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심리지표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3월 제조업의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전월보다 3포인트 올랐다. 올들어 3개월째 상승세를 지속했고, 서비스업을 포함한 비제조업의 업황 BSI도 전월보다 3포인트 올랐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BSI 조사 결과에 따르면, 4월 전망치는 93.3을 기록해 2개월 연속 상승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지난해 12월)에서 2.5%로 상향 조정했다.
◆ 대내외 리스크 산적···섣부른 낙관은 금물
그러나 국내외 불확실성은 여전해 섣부른 낙관은 금물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우선 미국과 중국의 G2(주요 2개국) 리스크는 한국경제의 최대 위협 요인이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 강화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이달 발표되는 환율 보고서에서 한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의 사드 보복도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최근 세계무역기구(WTO) 무역기술장벽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중국의 무역장벽 조치 3건을 특정무역현안 안건으로 제기했다. 그러나 중국은 뚜렷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국내 상황도 여의치 않다. 13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는 부담스럽고, 대규모 추가 지원 논란 중인 대우조선해양 문제도 악재다.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국내 기준 금리도 올라가면 가계가 갚아야 할 빚은 더 불어나 소비 심리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
고용시장도 불안하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실업자가 양산될 가능성이 크고, 기업이 신규 채용을 꺼리는 터라 사상 최악 수준의 청년실업률이 내려갈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섣부른 경기 진단을 경계하며 1분기 재정 조기 집행 효과에 따라 2분기 이후 경기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이 사드와 관련해 추가제재 가능성도 있고, 보호무역 기조가 어디까지 진전될지 봐야 한다"며 "작년 예측보다 상황이 나아졌지만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학계 관계자는 "수출이 완연한 회복세에 있는 상황에서 내수까지 반등하면서 경기 저점은 탈출한 것으로 보인다"라면서도 "사드 배치, 트럼프 정부의 정책 기조 등 대외 리스크와 가계부채, 구조조정 여파 등 국내 리스크에 따른 경기 변동 가능성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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