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의 재계 "경영 활동 위축" 속앓이 더 깊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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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4-02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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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계 "총수 출금, 국가적 손실"

  • -그룹 경영활동 위축, 글로벌 경쟁력 약화

아주경제 산업부 =재계가 좀처럼 고난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전 구속영장 청구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은 어느 정도 제거됐지만 뇌물죄로 이어지고 있는 전방위 수사가 여전히 기업 활동의 발목을 잡고 있는 등 부정적 요인이 곳곳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중장기적 관점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과제 역시 산재해 있지만 이렇다 할 경제 컨트롤타워도 부재인 상황이다.

2일 재계와 산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위기 돌파에 골몰하고 있지만 해법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당장 중국의 사드 보복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고 대형 인수·합병(M&A)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총수가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할 수 없게 된 그룹들은 더욱 전전긍긍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피로감만 더해지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 경영활동 전반이 위축된 상태"라며 "지금까지 산적한 과제 해결도 좀체 해결하기 버거운 상황"이라고 성토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당장 일부 기업들은 총수들의 출국금지 등으로 발목이 잡혀 있는 상황이다 보니 기업의 경영 활동 자체에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해 12월 중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출국금지하면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주요 대기업 총수들도 함께 출국을 금지시켰다. 현재 특검팀에서 수사를 넘겨받은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총수들의 출금을 해제할지 연장할지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태다.

다만 일각에선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의 뇌물죄와 관련된 추가 혐의 입증 등 기소 준비를 위해 총수들의 출국금지 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는 불 보듯 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국내 기업에 총수들의 출국금지는 치명타다. 당장 지난달 중국에서 열린 보아오 포럼 참가자 중에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 총수의 모습을 볼 수는 없었다.

올해 보아오 포럼은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중국과 마찰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열리는 만큼 민간외교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했다. 꼬인 한·중 관계를 푸는 계기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아오 포럼 단골 참석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구속수감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출국금지 조치로 그저 지켜보고만 있어야 했다.

민간외교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국내 기업들의 속앓이가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재계에선 특검 수사 대상이라는 이유로 주요 그룹 총수들이 해외 출장도 가지 못하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당장 세계 2위의 낸드 메모리 회사인 도시바 반도체부문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인수전을 진두지휘해야 하지만 출국금지와 검찰 수사에 발이 묶이면서 제대로 된 활동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총수가 직접 현장에 나서는 것 자체의 무게감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SK의 '차이나 인사이더' 프로젝트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해외 현안이 많은 롯데그룹도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롯데를 총괄하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출국금지로 일본롯데 경영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중국의 사드 보복에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고만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위해서라도 조속히 수사를 마무리하고 기업 활동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대내외적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 외적 변수가 계속 이어지면서 경영 차질이 커지고 있다"며 "중국의 사드 보복과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 등에 따라 글로벌 경영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재계 총수들의 발이 계속 묶인다면 경영 차질의 파고는 예상보다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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