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차이나 박은주 기자 =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돌아보며 단지 일이 그렇게 되었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베스트셀러 작가 공지영이 13년 만에 연작 형태의 새 소설집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를 펴냈다.
책에는 일찍 집을 떠나 서울과 지방의 공장을 떠돌다가 다시 고향땅에 돌아와서도 밑바닥 생활을 벗어나지 못하는 여자 '순례'가 다시 희망의 싹을 틔우는 '부활 무렵', 죽음에 직면한 할머니를 둘러싸고 가족들 사이에 벌어지는 또 다른 죽음의 행렬 속에서 경악하는 소녀의 독백을 담은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등 단편 5편과 후기 형식의 짧은 산문 1편이 실렸다.
그동안 저자의 장편소설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이야기 전개방식이 채택된 작품들은 독자들이 주인공과 내적 교감을 이루도록 만들면서 작가가 실험하는 소설 기법을 더 깊이 경험하게 한다.
쌀쌀한 바람을 뚫고 새싹이 움트는 이 봄날에 “생의 어떤 시기이든 봄은 오게 마련이고 그렇게 봄이 오면 다시 아름다울 수 있다는 생각이 났다”는 '월춘 장구'의 주인공 '나'의 독백처럼, 저자의 새 소설집은 독자들에게 새 봄을 알리는 희망의 싹이 될 것이다. 공지영/해냄/ 243쪽. 1만2000원
◆계율에 방울 달기 = 일본 불교는 왜 스님이 결혼하고 처자식을 거느리는 대처승(帶妻僧) 제도가 일반화됐을까? 대처승에서 보듯 한국 불교와는 다른 일본 불교의 주된 특징으로는 계율 경시를 손꼽을 수 있다.
일본의 불교학자 마츠오 켄지가 쓴 '계율에 방울 달기'는 일본 불교사를 계율과의 관계 속에서 재검토한 책이다.
'파계’와 ‘남색’, 적지 않은 불교도들이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는 단어를 근간으로 저자는 계율을 지키는 지계(持戒)를 이상으로 삼았던 일본의 고대, 지계와 파계 사이에서 고뇌한 중세, 그리고 그 고뇌로부터 탄생해 근세 이후까지 이어진 일본 불교의 계율 부흥 운동의 흐름을 매끄럽게 풀어서 설명한다.
저자는 특히 계율 부흥운동을 통해 수행승으로서의 본질을 지켜가고자 했던 일본 승려들의 삶을 집중 조명하며 계율 경시로만 인식돼온 일본 불교 역사를 새롭게 바라보는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마츠오 켄지/ 올리브그린/ 이자랑 옮김/ 228쪽. 1만2000원.
◆좋은 봄날에 울지 마라 = “백 마디 말보다 자연의 풍광들이 말없이 우리에게 위로를 건넬 수 있다.”
'좋은 봄날에 울지 마라'는 교계 대표 문사이자 청주 마야사 주지인 현진 스님의 에세이집이다.
이 책에는 직접 꽃나무와 농사를 돌보고 계절의 오감을 온몸으로 느끼며 청정하게 살고자 노력하는 저자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저자의 사계의 삶을 따라 글을 읽다 보면 철마다 꽃과 나무가 피고 지는 광경을 보는 듯하다.
저자는 "날씨도 비 오는 날과 맑은 날이 번갈아 오듯이, 나와 마음이 맞지 않는 사람 역시 그 사람의 삶이겠거니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며 인간관계에서 너그러워지는 법을 따뜻하게 알려주고 비교하지 않는 삶에서 오는 행복, 타인을 미소로 대하는 태도 등 마음을 따스하게 하는 이야기들을 전한다.
불교 잡지인 월간 해인 편집장과 불교신문 논설위원을 지낸 저자의 간결하고 꾸밈없는 글이 잔잔한 감동을 전한다. 현진/ 담앤북스/ 288쪽.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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