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기관 개혁] <2>경찰개혁...정권의 방패에서 민중의 지팡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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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4-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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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청와대]


아주경제 주진 기자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하다는 것을 일깨워준 박근혜 탄핵·구속 이후 법 이념과 철학을 시스템으로 안착시키기 위한 사법개혁 논의가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

특히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민중의 지팡이가 아니라 ‘정권의 방패’로 복무해온 경찰 조직의 깊은 성찰과 반성,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강도 높은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찰권 남용으로 인권 침해도 심각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2013년 갤럽이 세계 여러 나라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한국 경찰에 대한 신뢰도는 5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뒤에서 둘째였다.

무엇보다 불법과 부패에 둔감한 폐쇄적이고 경직된 경찰조직문화를 바꾸고 경찰의 의식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경찰개혁은 백년하청(百年河淸)에 불과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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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의 경찰 개혁안은 비리가 터지면 암행 감찰을 강화하고, 전·의경 관리 문제에선 지휘관 책임을 묻겠다고 하는 식이었다. 과거부터 수없이 되풀이해 온 대증(對症)요법을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황문규 중부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권 남용의 원인으로 △경찰청장의 제왕적 인사권 △성과주의 △인사권자에 대한 충성경쟁 △정치적 편향성 등을 들었다.

황 교수는 "경찰의 수사권 인정과 관련해 차기 정부에서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이고, 시민의 안전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경찰권의 발동 시기 역시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며 경찰권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자치경찰제를 통해 경찰권을 분산하고 경찰위원회 등을 통해 시민들이 경찰권에 참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상수 한국공공신뢰연구원 원장은 “경찰의 정치적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내부통제 장치가 필요하다”면서 “공정한 인사시스템이 경찰개혁을 위한 전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원장은 "경찰의 인사청탁 관행과 정치권 및 청와대의 경찰인사 개입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며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제도를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현행 경찰 인사 내규를 보면 총경급 이상 간부는 경찰청장이, 경감과 경정은 각 지방 청장이 인사권을 행사하게 돼 있다. 경위에서 경감까지는 서장이 추천서를 써주게 돼 있고, 순경에서 경위까지는 서장이 인사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상급자의 부당한 지시와 수사 간섭으로부터 공정한 수사와 업무처리가 가능한 조직 내 견제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직장협의회나 경찰노동조합 등 내부민주화를 위한 연대방법이 제시됐다.

채준호 전북대학교 교수는 “경찰에게 헌법에 규정된 단결권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경찰의 공공성과 경찰공무원의 노동기본권 보장이 조화롭게 반영돼 경찰 직장협의회가 설립된다면 명령과 복종에 익숙한 경찰관들이 스스로 내부 개혁의 목소리를 만들고 요구할 수 있는 집단으로 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경찰 인사와 처우부터 조직 운용, 포상과 징벌, 내부 비리 감시체제에 이르기까지 경찰 관련 법과 시스템 전반을 다시 짚어보고 개선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와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경찰 조직 전체를 정밀하게 진단하고 그에 따른 종합적 개혁안을 찾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구조 책임을 물어 창설 61년 만에 간판을 내리고 국민안전처 소속 ‘본부조직’으로 축소·흡수된 해경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철성 경찰청장이 지난 3월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초등학교 앞에서 열린 '안전한 통학로 만들기-스쿨존 교통사고 제로 캠페인'에 참석해 학생들과 함께 '옐로 카펫'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아울러 경찰이 조직의 사활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검·경 기소·수사권 조정 문제도 공론화되면서 차기 정부 이후 경찰 개혁 방안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각 정당 대선주자들과 정치권이 경찰에 힘을 실어주는 쪽으로 개혁방안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철성 경찰청장이 지난달 23일 경기남부경찰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헌법에 영장청구권을 규정한 곳은 우리나라밖에 없다"면서 "이는 시대적 기준에도, 세계 표준에도 맞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사법개혁을 단행한 오스트리아의 경우 검·경 관계 설정에 있어 양측이 협의를 통해 수사를 진행한다고 규정하면서도 협의가 이루어질 수 없을 경우에는 법률가인 검사가 필요한 지시를 하고, 경찰은 이를 준수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오스트리아의 이런 수사구조 개혁으로 사법경찰의 수사가 적법절차에 따라 이루어지게 되어 인권 침해가 현저히 줄어들고, 경찰에 대한 국민의 인식도 긍정적으로 변화되었다고 한다.

황운하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은 "수사·기소 분리형 사법시스템 도입이 경찰의 이권 챙기기나 경찰의 비대화로 이어지면 민심을 잃을 것"이라며 "경찰 수사시스템 개혁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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