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영관·오진주 기자 = 전국적으로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소규모 정비사업장이 늘어나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지부진한 정비사업과 빈집 문제 등의 해법으로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선택하고 적극적인 홍보와 각종 인센티브 제공에 나서면서 사업 환경이 한층 좋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빠른 사업 전개가 필수요소인 도시정비 특성상 재개발·재건축 사업과 비교해 기간이 3분의1 수준으로 단축된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으로 이관돼 관련 규정이 더욱 간소화되면서 '미니 재건축'인 가로주택정비사업이 활성화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됐다.
3일 서울시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 방배동 한국·상록연립이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데 이어 지난달 성내동 삼천리 연립, 면목동 면목부림연립, 등촌동 삼안1·2연립 등 3곳이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다. 이에 따라 서울시내에서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사업장은 기존 천호동 '동도연립'과 면목동 '우성주택' 등 11곳을 포함해 총 15개 사업장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전국 첫 가로주택정비사업으로 주목 받았던 서울 중랑구 우성주택 정비사업은 이르면 7월 첫 삽을 뜰 예정이다. 이곳은 공동사업시행자로 나섰던 시공사가 부실을 겪으며 차일피일 미뤄지다가 최근 새로운 시공사로 한양건설이 선정되면서 사업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현재 관리처분계획 변경과 이주 및 철거를 앞두고 있다.
가로주택정비사업 전국 1호 완공 단지도 서울에서 나온다. 강동구 천호동의 동도연립 41가구를 지하 1층~지상 7층 1개동, 96가구로 재건축하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이 지난해 11월 착공에 들어가 올해 말 완공될 예정이다.
이달 들어서는 경기도에서 첫 시행되는 고양시 행신동 경원연립 가로주택정비사업이 시공사(신동아건설)를 찾고 내년 초 관리처분인가, 6월경 착공 및 일반분양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방에서는 강원도 홍천군에서 조합설립을 위한 동의서를 받고 있다. 또한 부산에선 지난해 11월 연제구 거제동 가로주택조합이 1호 사업장으로 출범해 시공사 선정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 또한 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해 가로주택정비사업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LH는 현재 3개 지구(인천석정, 중랑면목, 부천중동) 시범사업을 포함해 10개 지구 조합설립을 목표로 LH 참여형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월 말 인천 석정지구가 정부의 가로주택정비 시범사업 지구 중 가장 먼저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2012년 첫 도입 이후 수익성 문제 등으로 인해 외면을 받았던 가로주택정비사업이 최근 주목을 받는 이유는 정부와 해당 지자체가 사업의 걸림돌인 자금 문제 등의 해법 마련에 발벗고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시는 가로주택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 기존 조합 운영자금(최대 20억원, 4.5%) 융자 지원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건축공사비도 전체 40% 이내 범위에서 최대 30억원까지 2% 저리로 새롭게 융자 지원키로 했다. 또 건립된 주택 중 미분양된 전용 85㎡ 이하 주택은 시가 매입해 공공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침도 세웠다.
이와 함께 △조합설립·융자지원 등 공공관리제도 적용 △미분양주택 공공 임대주택 매입 △사업관리 및 공동시행자로 SH공사 참여 추진 △25개 자치구 업무 전담부서 지정 및 업무처리 매뉴얼 배포 등 4대 공공지원책도 만들어 사업이 부진한 가로주택정비사업 조합에 도움을 주기로 했다.
LH는 조합과 공동시행자로 사업에 참여함으로써 사업비 조달과 사업 총괄 운영, 미분양 주택 인수 등을 책임지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와 함께 권역별 사업설명회를 실시해 사업홍보와 사업후보지를 발굴할 계획이며, 올해 하반기에는 주민 대상으로 사업성 분석 서비스 제공과 사업후보지 공모와 더불어 연말에는 사업 홈페이지 개설을 통한 토털서비스 제공을 계획하고 있다.
허명 부천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이 활성화하기 위해선 주민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주거환경을 바꾸면서도 수익성은 보장돼야 한다"면서 "또한 사업지 조건에 따라 일률적 기준을 적용하기보다는 다양한 사업모델을 개발할 필요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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