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경조·윤주혜 기자 = '24시간 어디서나 혼뱅(혼자 은행업무를 하는 행위).' 제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K뱅크)가 3일 자정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금융업계의 빅뱅으로 자리매김할지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지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시중은행 이용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 제공"
케이뱅크의 올해 목표는 여신액 4000억원, 수신액 5000억원이다. 시중은행 이용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포부도 크다. '은행·부담·고정관념' 이 세가지를 없앴다는 캐이뱅크는 앱을 통해 10분 이내에 가입이 가능하다. 현금 입·출금은 전국 GS25 편의점에 마련된 ATM을 이용하면 된다. 무려 1만1000여개의 공간이 마련된 셈이다.
대출 한도는 3000만원이다. KT와 GS25, 네이버, 티몬 등 4곳의 제휴사에서 코드를 발급받아 입력하면 우대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
주력 상품으로는 요구불 통장과 정기예금 통장을 결합한 형태의 '듀얼K입출금통장', 현금 대신 월정액 음악감상을 이자로 받는 '뮤직K정기예금', 최저 연 4.2%의 고정금리 신용대출인 '슬림K중금리대출' 등이 있다.
안효조 케이뱅크 사업총괄본부장은 "K뱅크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라 관심을 입증했다"며 "기존 은행의 상식들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새로운 형태의 은행을 제시하는 것이 사명이다"고 말했다.
아직은 서비스가 제한적이지만 올 하반기 주택담보대출을 시작으로 직불결제 시스템도 내년께 선보일 예정이다. 기업뱅킹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준비 중이다. 외환업무는 외화송금을 중심으로 거의 구축됐지만, 사업성 차원에서 IT구현은 조금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안 본부장은 "고객이 은행에 더이상 찾아가지 않고, 은행이 찾아와 서비스하는 것이 상식적인 은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케이뱅크가 '혼뱅'의 시대를 열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은행법 개정안 및 특별법 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추후 자본금 확충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은행법상 케이뱅크의 설립을 주도한 KT는 최대 4%까지만 의결권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자본금 2500억원으로 출발한 케이뱅크의 대주주가 될 수 없는 이유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자본금 마련은 물론 BIS 비율을 맞추기가 어려워진다"며 "법안 통과에 대한 기대를 갖고 올해 말이나 내년 초께 증자에 돌입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 저축은행업계 "케이뱅크 중금리 대출 파급력 커"
인터넷전문은행이 중금리시장의 판도를 흔드는 강력한 도전자가 될수 있을지 전 금융권이 주목하고 있다. 특히 여신영업에 있어 중저신용자와 중고신용자 가운데 어느쪽을 타깃으로 하느냐에 따라 경쟁상대가 완전히 달라질 전망이다.
케이뱅크의 중금리 상품인 슬림K중금리대출은 저축은행의 중금리 상품과 비교했을 때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금리가 낮다. 외부 CB 1~7등급 고객을 대상으로 한 이 상품의 금리는 최저 연 4.18%~연 8.98%(3일 기준)다.
현재 저축은행 중금리 상품 가운데 판매실적이 가장 높은 SBI저축은행의 사이다는 평균금리가 9.9% 수준이다. 1~3등급에 평균금리 8.19%, 4등급에 9.96%, 5등급에 11.81%, 6등급에 13.18%, 7등급에 13.44%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밖에 저축은행의 중금리 상품 금리는 15~20% 구간에 포진해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중금리상품 고객에는 6~8등급의 중저신용자가 많다"며 "케이뱅크가 6~7등급의 중저신용자 고객을 대상으로 한자릿수의 대출을 내보낸다면 저축은행에 미치는 파급력이 클 것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마케팅이 성패를 가르는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점쳤다. 케이뱅크가 통신사나 GS25 등을 통한 제휴 이벤트나 연계 상품을 출시한다면 기존 금융권의 고객들이 대거 유입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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