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들에 가서 깨닫는 그것 우리가 늘 흔들리고 있음을"
아주경제 이채열 기자 = 위 문구는 한국 모더니즘 대표 시인인 고 오규원(1941∼2007) 작가의 작품 <순례>의 마지막 시구이다. 은유적인 비유와 섬세한 감정은 최대한 배제하고 간결한 표현으로 스쳐지나 가듯 삶의 지혜를 단 번에 주는 그의 시는 깊은 울림을 준다. 삶에 대한 깊숙한 통찰을 바탕으로 사물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리얼리티를 기조로 한 그의 실험적인 시는 살아생전부터 고인이 된 지금까지 생生이다. '날(生·생)이미지'의 시 철학을 바탕으로 날것 그대로의 현상을 시로 옮기는 작업을 했다.
지난 69년 동아대 법학과를 졸업한 오 시인은 경남 밀양 태생으로 1968년 문학지 『현대문학』에 시 <몇 개의 현상>으로 등단했다. 작고하기까지 40년가량 작품 활동을 했다.
『분명한 사건』(1971), 『순례』(1973), 『왕자가 아이에게』 (1978) 등 다수의 시집으로 현대문학사에 업적을 남겼으며, 1982년부터 2002년까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신경숙, 함민복, 하성란 등 한국의 대표적인 시인과 소설가들을 가르쳤다.
올해는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0년째로 추모 시집 발간, 낭독회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리는 가운데 동아대학교는 동문인 그를 학문적으로 조명하는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동아대학교 석당학술원 지역문화연구소와 인문학연구소가 주최하고, 교내 인문역량강화사업단(CORE)의 주관으로 오는 7일 오후 1시 승학캠퍼스 경동홀에서 3시간가량 진행된다.
이번 대회에는 오 시인의 제자인 박형준 시인이 '오규원의 문학적 연대기와 시교육자로서의 오규원'에 대해 발표한다. 이어서 문학평론가인 경남대 김경복 교수가 '오규원 시 연구'라는 주제로, 황순원문학상 수상자인 최정례 고려대 교수가 '오규원 시론 연구'라는 제목으로 발표한다.
또한, 최근 오규원 시인의 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명지대 김언 시인 또한 시론을 바탕으로 오 시인에 대해 발표한다. 이어지는 종합토론에서는 허정 인문역량강화사업단 부단장이 좌장을 맡아 문선영 동아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와 박대현 부산대 교수, 김참 인제대 교수가 참여한 가운데 진행한다.
박은경 인문역량강화사업단장은 "실험적인 시로 타 시인들에게 귀감이 됐던 오규원 시인이 우리 대학에서 문학의 씨앗을 키웠다"며 "감정을 비우고 비워낸 그의 깊이 있는 시가 이번 학술대회로 널리 알려져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이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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