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인도 목화와 뉴질랜드 양고기, 필리핀 바나나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중국 내 수요 증가로 최근 다시 한 번 대(對) 수출 효자 품목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소비자 권력이 사실상 아시아 경제를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인도가 중국으로 수출한 목화, 광석 및 아연의 선적량은 전년 대비 절반 이상 증가한 1500톤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전체 인도 수출량이 5% 감소한 데 비하면 성과가 큰 것이다.
뉴질랜드에서도 지난 2월까지 3개월 동안 중국에 수출한 쇠고기, 양고기 및 분유에 대한 수요가 12% 증가했다.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의 2월 중국 수출량은 각각 44%, 65%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카를로스 도밍게스 필리핀 재무장관은 최근 인터뷰를 통해 "중국이 지난 몇 개월 동안 바나나 수입을 두 배 이상 늘려 경제 상황이 안정적이다"라고 말했다.
일본에서도 대(對)중국 수출 덕에 완만한 경기 회복을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월 기준 중국에 대한 총수출량이 28% 가량 상승하면서 전체 수출이 2년 만에 가장 많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중국 수출 증가의 영향으로 지난 2년 간의 아시아 무역 침체가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중국 주도의 수출 시장의 영향으로 2017년과 2018년 아시아 지역 경제 성장률은 5%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경제 성장률이 3.5%에 머문 것에 비하면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다.
다만 중국 수출량이 증가했다 해도 수출 회복의 지속성이 얼마나 이어질 수 있는지는 불투명하다. 수출 증가분 가운데 상당수가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반영된 데다 계절적인 영향도 무시할 수 없는 탓이다. 과도한 부채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중국의 새로운 정책도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중 관계의 불확실성도 아시아 경제 순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6~7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첫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전 세계 경제를 지탱하는 미·중간 무역 긴장이 고조되면 아시아 국가들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갤럭시 S8 등 신모델을 공개한 데다 애플 아이폰 8 출시도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여서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및 부품 관련 수요 증가 현상이 아시아 경제를 뒷받침할 수 있다는 주장도 일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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