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1. G2가 맞붙는다
2. 북핵이 우선이다
3. 변화하는 동북아
4. 본격 통상전쟁 서막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7일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회담을 한다. 이번 시 주석의 미국 방문은 국빈 방문이 아닌 비공식 방문이다. 트럼프 취임 후 3개월도 채 안 돼 만남을 가진 양국 정상은 격의 없이 토론하는 파격적 형식으로 회담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서니랜즈 vs 마라라고 회동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지도자를 초청한 곳은 공적 장소인 워싱턴 백악관이 아닌 개인소유 별장인 마라라고 리조트다. 앞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초청했던 곳이기도 하다. 미국이 그만큼 시진핑 주석을 예우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다만 시진핑 주석은 마라라고 리조트에서는 숙박하지 않고 이곳서 약 11km 떨어진 거리에 위치한 'Eau 팜비치 리조트앤드스파'에서 묵는다. 도청 등을 우려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시 주석은 4~6일 사흘간 핀란드 순방 후 미국을 경유하는 식으로 방문한다. 이는 시 주석이 새로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을 '축하'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하는 게 아니라 다른 국가를 순방하는 길에 실무적인 차원에서 미국을 들르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이는 약 4년 전인 2013년 6월 중국 지도자로 갓 취임한 시진핑 주석이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과 첫 만남을 가졌던 서니랜즈 회동을 연상케 하기도 한다. 당시에도 시 주석은 중남미 3개국 순방 후 귀국길에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들렀다. 양국 정상은 랜초미라지 휴양지 서니랜즈에서 노타이 차림으로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다. 이후에도 시 주석과 오바마 전 대통령은 베이징 국빈관 댜오위타이의 '달밤산책', 항저우 '시후호 산책' 등 격식 없는 만남을 두루 가졌다.
실제로 마라라고 회동의 명칭도 정상회담이 아닌 만남이다. 미국은 이를 '미팅(meeting)'이라 불렀고, 중국 외교부는 '회오(會晤·회견)'라고 일컬었다. 약식 만남이라 양국 간 회동이 끝난 후에도 공동선언이나 합의문 등은 발표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북핵, 무역통상 핵심의제로
양국 정상은 1박2일 동안 4차례가량 만나며 충분한 대화의 시간을 갖는다. 6일 오후 소규모 정상회담을 한 이후 저녁 때는 오붓한 식사자리를 갖는다. 이어 7일에도 오전에 확대 정상회담을 가지며 실무 오찬을 한다.
비록 비공식 만남이지만 양국 정상이 논의할 의제들은 가볍지 않다. 한반도 북핵 문제를 비롯해 무역통상, 위안화 환율, 남중국해 문제 등 그 동안 첨예한 대립을 보여왔던 난제를 두고 두 정상은 치열한 기싸움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최근 한반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북핵 문제가 우선적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미 대북정책 검토 작업을 끝냈으며, 이를 토대로 중국이 강력한 대북제재에 동참하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압박할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를 통해 이미 중국 측에 '북핵 문제 해결을 도울 거냐 말 거냐' 양단간 선택하라는 '통첩성' 메시지까지 보낸 상태다.
하지만 중국은 북핵 문제는 북한과 미국 간에 해결할 사안이며, 6자회담의 조속한 개최를 주장하고 있다. 시 주석은 북한에 제재를 가하되 대화를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되풀이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무역통상 문제와 관련해서도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관세 부과 등을 놓고 양국 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G2' 퍼스트레이디 만남도 볼거리
미·중 양국 영부인의 만남도 이번 마라라고 회동의 볼거리 중 하나다. 유명가수 출신 펑리위안(彭麗媛)과 유명모델 출신 멜라니아 트럼프가 긴장감 가득한 양국 정상회담 분위기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가 기대된다.
스인훙 중국 인민대 미국연구중심 주임은 말레이시아 중국어일간지 성주일보를 통해 "미·중 퍼스트레이디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만날 수 있다면 전체 회담 분위기도 좋아질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펑리위안 여사는 그동안 시진핑 주석의 해외순방 때 수행하며 우아하고 품위 넘치는 스타일과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중국 소프트 외교 행보를 보여왔다. ‘펑리위안 효과’라는 경제용어까지 탄생시키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퍼스트레이디가 됐다.
멜라니아 여사도 전문모델 출신다운 세련된 패션 감각과 센스로 트럼프의 외교에 '플러스'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앞서 마라라고 리조트를 방문한 일본 아베 총리 부부를 접견하며 첫 '배우자 외교'를 선보인 멜라니아는 지난달 말부터 서서히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며 본격적인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시작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