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승훈 기자 = 2016년 한 해 서울을 찾은 외래관광객 수는 1350만여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서울의 가장 큰 매력은 다양성, 편의성 등이 꼽힌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장소가 밀집돼 있고, 그 안에 즐비한 상점에서는 다채로운 먹거리와 쇼핑을 언제든지 즐길 수 있다. 또 완벽한 수준의 대중교통 인프라가 도심을 연결해 이동이 편리하다. 특히 낮보다 더욱 활기차고 아름다운 밤의 역동성은 눈과 귀를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 양적 성장, 그 이면의 그림자
연도별 서울 방문 해외관광객은 2014년 1142만여명에서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으며 1041만여명으로 급감했다. 이후 회복세로 돌아섰지만 지난해 사드 배치에 따라 중국정부가 한국여행상품 판매를 전면 금지시키며 비상이 걸렸다. 한동안 중국인 관광객(유커·遊客)으로 북적북적했던 서울에 이들의 발길이 끊겼다. 그것도 아예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그간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관광시장은 외형적으로 몸집을 크게 키웠다. 그렇지만 그 어두운 내면을 들여다보면 속빈 강정과 다를 바 없다는 평이다.
외교적인 당면 과제와 함께 단체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쇼핑 위주 저가 덤핑상품, 인두세 등은 관광업계의 질적 발전을 저해했다. 국내 인바운드 여행사들은 우수한 콘텐츠를 갖고 있어도 자본력과 마케팅 채널 부족으로 실제 상품화가 어려운 연 매출 5000만원 이하가 10곳 중 7곳이다. 그렇다보니 마진이 많이 남는 장사에만 집중해 매출 확보 차원의 과도한 가격 경쟁으로 귀결되는 게 현실이다.
최근 모바일로 직접 여행을 설계하는 개별관관광객이 증가(2015년 기준 73.8%)하며 체험형 상품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가까운 일본(604개)과 비교했을 때 한국(293개)의 체험상품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처럼 급변하는 최신 트렌드를 읽고 이를 반영한 정책 개발 및 실행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시 말해 단체를 주축으로 백화점과 면세점을 반복해 오가는 기존 패턴의 대대적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
◆ 공급자-FIT 잇는 온라인플랫폼
서울시는 작년 11월 여러 체험관광 콘텐츠를 한곳에서 접할 수 있는 오픈마켓 '원모어트립(http://www.onemoretrip.net)'을 선보였다. '한 번 더 가보고 싶은 여행'이란 의미가 담겼다. 공급자와 수요자가 직접 거래할 수 있는 온라인플랫폼이다. 내용을 살펴보면 명인과 함께하는 전통주 체험, 한국인의 일상과 전통문화를 만나보는 것이 대표적이다.
사이트는 PC와 모바일 웹으로 제공된다. 페이팔, 위챗페이 등 글로벌 간편결제로 언제 어디서나 검색해 결제할 수 있다. 서울의 대표적인 시민참여형 여행상품 직거래 장터로 거듭나도록 고품질 관광상품 확대를 비롯해 사이트 이용편의 개선, 적극적 마케팅을 통한 구매율 확대에 힘쓰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반응 또한 뜨겁다.
삼해소주가를 찾았다는 중국인 황루이(黃瑞)는 "처음으로 직접 술을 만드는 경험이 무척이나 새로웠고 향과 맛도 은은해 매우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중림동 마을걷기에 참여한 호주 출신 알렉산드라는 "빌딩 숲으로 이뤄진 도심 한복판에 이렇게 역사가 깊은 성당이 있을 줄 생각지 못했다"며 "일반적인 유명관광지로부터 벗어나 색다른 즐길거리를 실천하기에 제격"이라고 추천했다.
◆ 사드 직격탄 관광업계 대응 전략은
서울시는 당장의 '사드 파고'를 원모어트립이 주도적으로 역할해 극복한다는 계획이다. 올 상반기까지 한시적으로 사이트에 등록된 상품 가운데 60%가량을 정가의 30% 수준으로 가격을 낮춰 판매 중이다. 아울러 페이스북, 구글 광고와 유튜브를 활용한 바이럴 등 공격적 마케팅을 전개할 예정이다.
외국인이 사이트 주 이용객인 만큼 일본인을 타깃으로 한 일어 사이트 추가 개설, 검색 방법과 디자인 개편 등 사이트 기능 고도화를 꾀한다. 상품과 여행에 관한 각종 문의사항을 전담하는 원스톱 상담센터도 곧 문을 열 것으로 보인다. 음식, 한류, 뷰티 등 여러 주체와 협업해 폭넓은 계층을 대상으로 한 특화상품 기획에 나선다. 외국어 통·번역 지원으로 상품등록도 독려한다.
김재용 서울시 관광정책과장은 "원모어트립은 소규모 여행사와 스타트업에는 성장 및 판로개척의 기회를 주고, 서울을 찾는 관광객에게는 다양한 체험기회를 제공하는 윈윈의 시도"라며 "앞으로도 많은 공급자들이 참여해 재미난 콘텐츠로 가득찬 마켓이 될 수 있도록 상품관리, 홍보마케팅 등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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