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농심이 지난 2월 선보인 '볶음너구리'의 기세가 무섭다. SNS 등 각종 게시판에서 입소문을 타며 초반 흥행몰이에 성공한 분위기다. 업계 내 농심의 압도적 지위가 주춤하던 상황에서 볶음너구리가 재도약의 발판이 될지 주목된다.
4일 농심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선보인 볶음너구리의 매출이 70억원을 기록했다. 앞서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한 짜왕에는 약간 부족하지만 지난해 인기제품인 '보글보글부대찌개면'(50억원)의 초기 반응보단 좋은 편이다.
특히 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시식평이 큰 역할을 했다. 볶음너구리 조리법 영상은 1주일 만에 조회수 10만건을 기록했고, 시식체험단 모집에도 5000개 가까운 응모 댓글이 달렸다. 시식후기에 관해서는 건더기 스프가 푸짐하다는 평이 많았다.
실제로 볶음너구리의 ‘건더기스프(건조 후레이크)’는 국내 라면 제품 중 최대 중량을 자랑한다. 1봉지당 중량이 총 7.8g으로, 일반 라면(2g~3g) 대비 약 3배 많이 들어 있다. 이 중에서도 너구리캐릭터 모양의 어묵이 인기가 좋았다. SNS의 품평을 살펴보면 귀엽다는 이유에서였다.
농심은 이번 볶음너구리의 개발 배경으로 2013년 유행했던 ‘짜파구리’ 열풍을 지적했다. 당시 너구리와 짜파게티를 함께 비벼먹는 레시피가 인기를 끈 점에 착안, 농심은 각 제품의 장점을 살린 퓨전음식의 연구에 나서게 됐다는 것. 결국 농심은 해물야끼우동과 같은 상품을 개발하면서 볶음너구리를 내놓게 됐다.
농심 관계자는 너구리의 맛을 그대로 가져가면서도 해물볶음우동 맛을 구현하기까지 꼬박 2년이 걸렸다고 밝혔다.
이번 볶음너구리의 흥행으로 라면업계의 점유율 전쟁도 관심이다.
라면업계의 선두를 달리던 농심은 최근 오뚜기의 맹추격을 받는 상황이다. 한때 50%포인트 이상 차이났던 두 업체는 최근 점유율 격차가 30%포인트 까지 좁혀졌다. 농심은 볶음너구리의 흥행이 다시 오뚜기와의 격차를 벌릴 기회인 셈이다.
두 회사의 전략도 상반된다. 농심은 프리미엄 라면시장을 적극적으로 키우며 수익성 개선에 나서고 있다. 제품 가격의 인상과 프리미엄 제품의 잇따른 출시는 그 일환으로 풀이된다. 반면 오뚜기의 경우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점유율 확보에 더욱 힘쓰겠다는 구상이다. 최근에도 오뚜기는 가격을 동결하며 뚝심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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