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지난해 유례 없는 경기 침체에 서민들의 곡소리는 커졌지만, 나라 곳간은 풍족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플러스로 전환됐고, 나라살림 적자는 15조원이나 개선돼 지난해 가계의 순자금운용액이 전년 대비 23조원이나 줄어든 것과 대조를 보였다.
정부는 지난해 부동산 시장 등 자산시장 상황이 나쁘지 않았고, 비과세 감면도 확대되면서 세수가 예상보다 더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가계 여윳돈 급감, 최악의 청년 실업률, 영세 자영업자의 몰락 등 서민이 느끼는 경기불황을 볼 때 정부의 '나 홀로 호황'은 의아해지는 대목이다.
'2016 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총세입은 전년보다 16조9000억원 늘어난 345조원, 총세출은 전년보다 12조8000억원 증가한 332조2000억원으로 결산상 12조8000억원 잉여금이 발생했다.
쓰려다가 남은 불용액은 2000억원 늘어난 11조원, 올해로 넘어온 이월액은 4조8000억원에 달했다.
결산상 잉여금에서 올해로 넘어온 이월금을 뺀 세계잉여금은 총 8조원 흑자였다. 세계잉여금 규모로만 보면 2007년 15조3000억원 이후 9년 만에 최대였다.
세계잉여금은 일부를 국가재정법에 따라 지방교부세(금) 정산, 공적자금 출연, 채무상환 등에 쓸 수 있다. 필요하면 추가경정예산(추경) 재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어 정부의 재정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
나라 살림살이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도 일제히 개선됐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16조9000억원 흑자로 전년 2000억원 적자에서 '플러스' 전환에 성공했다.
작년 추경 예산을 짤 때 예상과 비교하면 통합재정수지 규모는 14조4000억원 늘었고, GDP 대비 비율은 0.9%포인트 개선됐다.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기금 수지를 빼 실질적인 나라의 살림살이를 뜻하는 관리재정수지는 22조7000억원 적자였으나 전년(38조원 적자)보다 적자가 15조3000억원 줄었다. GDP 대비 비율로도 1.0%포인트(-2.4%→-1.4%) 상승했다.
추경 때와 비교하면 실제 지난해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16조3000억원 적었다. GDP 대비 비율로도 1.0%포인트 개선된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정부 재정의 이런 '선방'은 경기 침체에 허덕이는 서민들에게는 아쉬운 부분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16년 중 자금순환(잠정)'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 및 가계에 봉사하는 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액은 70조5160억원이다.
지난해 가계의 순자금운용액은 2015년보다 23조7280억원(25.2%) 줄었다. 또 2012년(69조5250억원) 이후 4년 만에 최소를 기록했다.
청년 실업률은 2년 연속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고 영세 자영업자의 신음은 커졌다. 특히 지난해 소득 5분위 배율이 8년 만에 다시 악화하는 등 빈부 격차까지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는 세수를 추정할 때 보수적으로 한다"며 "세입이 예상보다 많이 들어와 재정수지가 예산보다 개선된 것이지, 재정을 긴축적으로 운용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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