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뇌물죄 너무 억울… 관련 증거 없지 않느냐"

뇌물죄 첫 재판서 주장…

아주경제 조득균 기자 = 삼성으로부터 433억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비선 실세' 최순실씨(61·구속 기소)가 법정에서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특히 최씨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내 주장을 묵살하고, 이미 뇌물죄로 인정한 상태에서 이에 따른 진술을 요구했다"면서 "개인 이득을 취한 증거가 하나도 없지 않으냐"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4일 최씨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삼성으로부터 독일 현지법인 비덱스포츠와 213억원의 컨설팅 계약을 체결하고, 영재센터에 16억2800만원의 후원금을 받았으며, 미르·K스포츠재단에 204억원의 출연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최씨는 "내가 대통령과 가까이 있었어도 삼성의 경영 지배 구조에 대해 알지 못했으며, 대통령과 공모해서 개인의 이득을 취하려 하지도 않았다"고 억울함을 거듭 호소했다.

최씨는 이어 "본인은 이번 국정농단 사건과 무관하며, 잘못이 있다면 더블루K 사람들과 만나 이 같은 사태를 겪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너무 강압적이고 언어 폭력을 일삼은 것은 물론, 인간 대우도 못 받는 조사를 받았다"며 조사 과정에 불만도 드러냈다.

최씨 측 이경재 변호사는 "재판장께서 막중한 무게를 이겨내고 독립되고 객관적인 공정한 판단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변호사는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이후 최씨의 심경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최씨는 지난해 독일에서 귀국 전 여러 차례 죽고 싶다고 언급했다"면서 "무엇보다 국정농단 관련 의혹에 휩싸이는 것보다 법정에 나와서 (본인의 의견을) 밝히는 게 좋다고 판단해 귀국을 강력히 권유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최씨는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된 것은 자신의 잘못과 처신으로 일어난 참극으로 받아들이고 선의를 베푼 삼성에도 죄스러운 마음을 금치 못하고 있다"면서 "특검에서는 강압에 의해 진술을 거부했지만, 법정에서는 사실을 모두 말씀드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최씨는 지난해 11월부터 1기 특별수사본부가 재판에 넘긴 강요죄 관련 사건에 대한 재판을 받고 있다.

법원은 최씨의 강요죄 관련 재판과 뇌물죄 관련 재판을 병합해 진행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뇌물죄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강요 등 혐의로 기소된 사건과 분리돼서 재판 중"이라며 "향후 병합이 불가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두 재판 모두 최씨와 직결된 부분이 많다 보니, 재판부의 증인신문에 있어 다수의 증인들이 중복되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날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던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56)은 자신의 재판 일정 준비 등을 이유로 불출석했다.

김 전 차관은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삼성그룹이 최씨의 딸 정유라씨(21)의 승마 훈련을 지원하는 과정에 개입한 인물로 지목돼 이 사건의 핵심 증인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