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장관이 바로서지 못하는 공직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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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4-0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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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군득 기자]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요즘 공무원 사회가 어디 장관 말을 잘 듣나요. 조금 있으면 떠날 사람들인데요. 공직사회는 장관 없어도 잘 돌아갑니다.”

최근 주변 과장급 이상 공무원들을 만나면 대부분 이 같은 반응을 보인다. 리더십이 없더라도 자신들은 잘 굴러가고 있다는 것을 애둘러 표현한 것이다.

부처 장관들은 방향을 결정하고 정책을 세밀하게 살피는 역할을 하는데, 현재 장관들의 위상은 예전만 못한 느낌이다.

수시로 교체되는 수장을 바라보고 뛰어야 하는 공무원들 사이에서 어느새 장관은 ‘최종 목적지’가 아닌 ‘외부사람’이 돼 버린 셈이다.

공직사회에서 장관에 대한 인식이 낮아진 것은 박근혜 정부들어 심화됐다. 특히 탄핵정국 이후의 공직사회 분위기는 더 이상 리더십을 기대하기 힘들 정도로 기강이 해이해 졌다.

장관의 역할도 점차 힘을 잃어가는 모양새다. 산하 공공기관장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처지라는 점이 애석할 따름이다.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설립하면서 장관 고유의 공공기관장 임명 권한도 공운위로 넘어갔다.

부정청탁 금지법이 시행되고 운식의 폭은 더욱 좁아졌다. 대외적으로 만나고 조율해야 할 부분이 많은데 자칫 구설수에 오를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유일호 부총리의 리더십 부재도 한 몫하고 있다. 인사 적채가 만연한 기재부 자리배치가 답보상태에 빠지다보니, 자연스레 공직사회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기재부 안팎에서는 유 부총리의 인사 시스템에 기준이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공직기강이 무너지는데 유 부총리의 기준없는 인사가 한 몫 했음을 실감한다는 눈치다.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부터 언론과 시민단체 등에서는 장관들을 ‘식물인간’에 비유했다. 그만큼 장관들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중 어느 장관과도 독대를 하지 않았다는 부분은 이미 알 사람은 다 안다. 장관이 스스로 조직을 장악하는데 필요한 리더십을 보여주기에는 힘들었던 구조적 요인이 있음을 실감한다.

공무원들은 상당히 경직된 사회다. 일반 기업이나 자영업처럼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갈구하는 곳과는 다른 분야다. 다른 시각으로 본다면 자신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기 가장 쉬운 집단도 공직사회라고 볼 수 있다.

장관의 역량과 운신의 폭이 좁아질수록 공직사회는 더 개인주의적 성향을 띨 수 있다. 과감하게 정책을 결정하고 이를 추진할만한 힘을 장관에게 실어줘야 한다. 공직기강은 한번 무너지면 좀처럼 잡기 힘들다. 단순히 근태만 조인다고 능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수장의 말을 제대로 새기기 않는 조직은 쉽게 붕괴된다. 대선 분위기가 무르익은 4월은 공무원들도 바람을 타고 흔들리기 쉽다. 정권말기, 그것도 대통령이 부재중인 이 시점에서 장관의 역량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차기정부는 장관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 느슨해진 공무원들의 기강을 바로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각자도생(各自圖生)하는 공직사회는 오래갈 수 없다. 자기 안위만 지키려는 공무원을 보면서 어떻게 국가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가.

모든 부처 장관과 공무원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다만 홀로 고군분투하는 일부 장관들을 볼 때면 끈끈했던 공직사회가 모래알처럼 변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야권 대선주자들은 지난달 18일 열린 공무원 노동조합 총연맹 제4대 출범식에서 저마다 공무원의 정치 참여 확대를 약속했다. 그러나 지금의 공직사회 분위기에서는 시기상조다. 장관들의 위상을 적립시키고, 공무원의 역할을 다 할 때 정치 참여를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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