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막후 실세로 꼽히던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 겸 수석고문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전격 배제되면서, NSC는 허버트 R. 맥마스터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 중심으로 돌아가게 될 전망이다.
지난 1월 배넌은 미국의 주요 안보 정책을 결정하는 NSC 내 장관급 회의(principals committee)에서 상임위원으로 지명된 이후 안보 문외한이라는 지적과 함께 미국의 안보 라인이 정치화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배넌이 배제됐다는 소식에 비평가들 사이에서 미국 안보가 이제 정상화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번 NSC 개편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안보팀을 원하는 방식으로 꾸릴 전권을 넘겨받은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이 주도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 (현지시간) 전했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앞서 러시아 내통 의혹과 거짓 보고로 낙마한 마이클 플린의 뒤를 이어 국가 안보사령탑에 올라 조직의 점진적인 변화를 추진해왔다.
배넌은 성명을 통해 “수잔 라이스(오바마 행정부의 국가안보보좌관)가 지난 정부에서 NSC를 운영했다. 나는 기존 조직의 해체를 확인하기 위해 참여했고 이제는 맥매스터 장군이 NSC가 적절한 기능을 할 수 있게 돌려놓았다”며 NSC에서 빠지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배넌은 트럼프의 사위 재러스 쿠슈너와 함께 백악관의 실세로 알려져 있다. 백악관과 배넌 측은 모두 이번 NSC 개편이 배넌을 좌천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일축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백악관 내 권력구도가 변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WSJ는 두 명의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하여 배넌과 쿠슈너의 끈끈했던 관계가 최근 몇 주 사이에 벌어지고 있었다면서, 쿠슈너가 배넌보다는 경제 고문인 개리 콘이나 디나 파웰과 더 자주 어울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골드만삭스 출신인 이들은 극우매체 브레이트바트 뉴스의 설립자인 배넌에 비해 경제나 안보에 있어서 훨씬 온건하고 친세계화적인 관점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개편을 두고 맥매스터 보좌관과 스티브 배넌의 주도권 싸움에서 맥매스터가 승리한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제 강골 군인으로 평가받는 맥매스터 보좌관의 목소리가 백악관의 외교 안보정책에 본격 반영되기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